B사감과 러브레터 B사감과 러브레터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C여자대학의 B사감은 아주 못생기고 주근깨투성이에 깡마른 노처녀이다. 그녀는 기숙사의 여학생들에게 오는 남자들의 러브레터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래서 러브레터가 온다하면 그 주인공을 사감실로 불러들여 누구냐, 몇 살이냐, 어떻게 만났느냐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보며 닦달해 학생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또 B사감이 싫어하는 것은 남자들의 면회이다. 그것이 애인이던, 가족이던 남자들의 면회를 완강히 싫어한다. 그것 때문에 면회를 잘 할 수 없는 가족들 때문에, 총장이 제재하여 B사감은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맘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녀가 남자혐오증이 있는 줄로만 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터인가, 밤만 되면 사감실에서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잠을 깬 세 명의 여학생이 사감실을 몰래 훔쳐보게 되는데, 다름 아닌 B사감이 러…(생략)

B사감이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걸까? B사감 역시 여자이고, 남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감‘이며, ’노처녀‘이기 때문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알 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감’이라는 신분은 학생들을 바르게 이끌어 가야할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처녀인 자신이 남자를 밝히고 좋아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낮 동안의 갈등을 혼자서 밤에 해소함으로써 자기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 B사감의 이중성은 바로 사회가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치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 그것은 작가가 B사감을 너무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B사감의 권위적이었던 낮의 모습과 전혀 다른 밤의 모습을 학생들이 몰래 훔쳐보는 방법으로 보여줌으로써 아주 재미있게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B사감에게 동정이 가기도 했다. 소설의 첫 부분에 묘사된 B사감은 나이도 많고 여러 겹 주름이 잡힌 벗겨진 이마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지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겨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전체적으로 곰팡이 슬은 굴비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 학생들의 러브레터를 보며 질투하고, 밤에는 부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아주 처량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이 소설은 끝의 반전으로 희극이 되었다. 하지만 현진건의 다른 작품 ‘ 운수좋은날’은 제목과 대비되는 슬픈 내용으로 끝난다. 지금까지 현진건의 작품 중 ‘운수좋은날’ 과
‘B사감과 러브레터’라는 작품을 읽었다. 그 외에도 많은 좋은 작품들이 있는데, 그 작품들도 한번쯤 읽고 이러한 독후감을 써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