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B사감과 러브레터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책꽃이에 꽃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한국의 단편소설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중 현진건이 지은 B사감과 러브레터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B사감은 여학교 기숙사의 사감으로 나이 40에 가까운 노처녀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범을 강조하며, 특히 남자와의 접촉을 절대로 피할 것을 강조한다. 이런 B사감의 이미지에 맞게 책에서는 그녀를 ‘여러겹 주름이 잡힌 벗겨진 이마’ 와 ‘숱이 적어서 쪽지거나 틀어놀리지 못하고 엉성하게 빗겨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전체적으로 ‘곰팡이 슨 굴비’ 같은 인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이 B사감은 연예편지를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이 러브레터를 받은 학생은 사감실에 불려가 문초를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편지를 보내온…(생략)

이중인격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은 이렇게, 학교 선생님이니까 이렇게, 등등 사회가 만들어놓은 굴레에 따라 움직이며 거기에 눌린 자신을 밤중에 몰래 풀어놓게 된 것이다. B사감 역시 인간이었음에 해보고 싶은 일도 많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유와 개성과는 상관없이 사회에 틀에 맞추어지는 인간이 된 것이다. 난 `이런 사람은 이렇게, 저런 사람은 저렇게 해야해‘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그 사람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