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몽요결

격몽요결을 읽고
율곡 이이선생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율곡 이이 선생이 쓴 책이다. ‘격몽(擊蒙)’이란 어리석은 이들을 계몽하여 교육하는 것을 말하며 ‘요결(要訣)’이란 어떤 일의 중요한 비결이라는 뜻으로 이를 한데 묶어 ‘격몽요결(擊蒙要訣)’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율곡 이이는 1557년(선조 10년) 해주 석담에 청계당을 지어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자들이 나아갈 지침서로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어머니 신사임당 외에는 따로 가르침을 받은 바 없으나, 독학과 수도를 통해 심오한 학문의 경지에 이르러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이 책에는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지나치게 교훈적인 내용이 많아 지루하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학문에 임하는 마음자세 또는 그 부모를 섬기는 도리, 형제나 자녀를 대하는 태도…(생략)

일에 대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事親章(사친장)에서는 부모를 섬기는 자는 한가지 일이나 한가지 행동이라도 제 맘대로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부모에게 허락을 받은 뒤 행해야 한다.’ ‘喪制章(상제장)에서는 주자의 가례에 의해 행하고 만일 의심나는 곳이 있으면 선생이나 어른에게 물어서 행하되 지극한 효로써 예를 행한다면 그 사람의 효도에 손상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祭禮章에서는 부모나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제도로 시제, 산재, 치재, 기제, 참례, 재숙 등이 있다’ 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이며 ‘居家章(거가장)에서는 형제간의 우애와 부부간의 예의 그리고 자식의 도와 종을 부리는 태도, 그리고 친구간의 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接人章(접인장)에서는 대체로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마땅히 화평하고 공경하기를 힘써서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處世章(처세장)의 내용은 사람은 벼슬하기 전까지는 오직 벼슬하는 것만 급하게 생각하고 벼슬한 뒤에는 그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나 벼슬이란 남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지 자신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다.
많은 내용들이 나의 기억 속에 남았으나 퇴계 이황 선생의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 시대 때의 유명한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황 선생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았던 그분의 성품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퇴계 이황 선생은 평소에 수레를 타고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궐에 들어갈 때도 말을 타고 들어갔다. 하인은 이황 선생에게 수레를 타고 갈 것을 권하지만 퇴계는 이렇게 대답했다. 수레를 타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야 하지만 말을 타면 혼자라도 갈 수 있으니 수레를 안타겠다고, 즉 여러 사람에게 수고를 끼치는 것보다는 되도록 적은 사람에게 수고를 끼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퇴계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인은 그렇게 하면 체면이 깍인다고 하였으나 퇴계는 사람의 인품은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체면보다는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함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남을 배려하며 생활하여 남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퇴계 선생이 고향에 내려 갔을 때, 하인이 밭에 나 가 보니 밭의 한가운데에 길이 나있었다. 자연히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 갈 때마다 밭을 밟아 곡식들이 상하게 되었다. 하인은 그 길을 막았고 사람들은 돌아서 십여 걸음 정도 걸어가게 되었다. 이것을 본 퇴계는 ‘내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시 그 길을 터놓게 하였다. 하인은 그러면 곡식을 많이 못 거두게 된다고 말했으나 퇴계 선생은 조금 덜 거두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돌아가는 번거로움을 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내용은 나의 편의만을 고집하여 타인에게 불편함을 끼친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의 마음 자세를 올바르게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언젠가는 가뭄이 크게 든 적이 있었다. 퇴계 선생집은 다른 논들보다 위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논물을 먼저 대게 되었다. 그런데 낮은 곳에 있는 논들은 물이 말라 땅이 갈라지는 형편에 이르렀었다. 그러자 선생은 하인을 불러 우리는 아직 굶주리고 있는 형편은 아니니, 밑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논으로 물을 대어 주라고 하였다. 우리의 논도 땅이 갈라져 말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의 논에 물을 대어 주라고 하니, 하인은 ‘우리도 굶어 죽고 맙니다’라고 하였다. 퇴계는 ‘우리는 아직 굶주리고 있는 형편은 아니니 이르는 대로 하라’ 고 하였다.
여기서도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퇴계 선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재물에 마음을 두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하시며 손에서 책을 떼 놓지 않던 퇴계 선생님의 생활 자세를 내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모범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비록 450여년 전에 씌어졌지만 격몽요결(擊蒙要訣)이란 책을 통하여 인간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와 행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으며 진정한 최고란 ‘내가 우선’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을 우선’으로 하는 데서 이루어 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