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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의 ‘골드바흐의 추측’을 읽고
이 책은 사전교육때부터 인기가 많았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자 곧바로 빌렸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밤에 잠깐 시작만 보려고 이 책을 펼쳤으나, 너무 재미있는 바람에 잠을 안자고 그냥 이 책을 계속 읽어 버렸다. 소설이지만 정말 사실감이 있었다. 정확히 69분만에 책을 다 읽은 후에 정신없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순간 이것이 소설이란 것을 깨닫고(그리고 그를 찾는 것을 실패하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이것은 일생동안 골드바흐의 추측---2 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개의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를 증명하는 데 바친 한 불운한 천재 수학자의 알려지지 않은 일생 이야기를 그의 조카가 서술하는 형식의 일종의 전기이다. 주인공, 천재 수학자(였던) 페트로스 파파크리스…(생략)
토스 교수님’이라고 했고, 그리고 며칠 뒤 삼촌에게 전해줄 편지가 도착했다. 그리하여 그는 ‘헬레닉 수학학회’에 초청된 삼촌이 뮌헨의 f.해석학 교수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아버지에게 따졌다. 엄청난 체스 실력자에, 일류 대학의 해석학 교수인 그가 어떻게 실패한 인생일 수 있냐고.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는 ‘나’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어릴 때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페트로스 삼촌은 최연소 박사에 (뮌헨의)최연소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따르면 삼촌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그것은.... ‘그 뛰어난 재능을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에만 바쳤기 때문이다’라고 아버지가 말했지만 어린 ‘나’는 아직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삼촌이 초대받은 헬레닉 수학학회에 가게 된 ‘나’는 수학에 대해 엄청난 흥미를 느끼게 되고, 수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이 결심을 삼촌에게 말했는데, 삼촌은 너무도 격렬한 반대를 하였다. 삼촌은 이렇게 말했다. 수학자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최고가 되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이 요구되며, 그 재능을 네가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는 이 문제를 네가 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이다. 삼촌이 3개월 후에 해답을 가져오라고 한 그 문제는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였다. 이럴수가! 그 문제는 골드바흐의 추측, 그 삼촌의 온 삶을 앗아간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조건 중 하나였던 것이 책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라서, ‘나’는 3개월 동안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3개월간 오직 그 문제만 가지고 끙끙대는 수밖에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풀지 못하고 시무룩해서 삼촌에게 간 ‘나’는 절대 수학자가 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고, 수학에 대한 열정도 식어갔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채 2년을 보낸 ‘나’는 ‘수학의 천재’라고 불리는 새미 앱스타인과 한 방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는 비밀-자신이 시험된 문제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나’. 새미는 그를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의해 절망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나’를 설득하여 전공을 수학으로 바꾸게 되었다. 몇 달 후, ‘나’는 삼촌을 찾아간다. 그리고, 속인 대가인지는 몰라도 삼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삼촌은 소위 말하는 ‘천재’ 였다. 그는 너무나 어릴 때부터 수학에 엄청난 능력을 보였고, 그건 누구나 인정하는 바였다. 그는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수학 교수에게로 갔는데, 그곳에는 그의 유일했던 사랑이 있었다. 이졸데, 이 이름이 페트로스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그를 버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페트로스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자! 고 생각한 첫 번째 동기가 이것이었다. 그는 수학자답게, 정말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서 엄청난 명성을 올려, 나중에 그녀를 후회하게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유명한 수학의 난제는 3가지였는데, 그것은 리만의 가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그리고 골드바흐의 추측이었다. 그 중 정수론을 주로 하고, 기하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그에게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딱이었다. (또한 이 문제는 그가 어릴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문제이기도 했다) 그는 혼자 영광을 독차지하기 위해 하디와 리틀우드의 공동 작업 제의를 거절하고, 연구 중간에 나온 중간 성과의 발표도 안하고, 모두에게 자신이 하는 연구를 비밀로 하는 등의 일을 했다. 그러나.... 그는 실패하고 말았다. 언제나 그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친구였던 숫자들이 그를 버렸다고 그는 말했다. 이것이 ‘나’의 삼촌의 이야기이다.
‘나’는 30대가 되어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자고 생각하고, 그에게 그리스 학술대상이라는 상을 수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의 수학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하여, 마침내 ‘나’는 삼촌에게 10번의 수학 강의를 듣게 되었다. 9번째까지의 강의는 정말 완벽했다. 그러나 10번째 강의에서 삼촌은 이상해졌다. 삼촌은 그의 연구 말기에 가서 그 특유의 ‘콩 증명법’이라는 것을 썼는데, 이것을 ‘나’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하면서 삼촌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강의가 아니라 자신의 연구를 다시 시작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콩 5Kg을 받은 삼촌은 ‘나’를 내쫒았고, 이상하게 여긴 ‘나’는 아버지에게 이것을 설명했다. 아버지는 ‘그 녀석이 연구에 빠져 있던 때와 똑같은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삼촌은 ‘나’에게 전화를 해서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했다, 빨리 수학자와 함께 여기 와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화 중 삼촌은... 숨이 멎어 버렸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끝이다.
이 책은 천재였던, 그러나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겠다고 생각한 어찌보면 너무나 멍청했던 한 수학자의 이야기. 난 이, 페트로스라는 불운한 수학자에 대한 평가를 잘 내릴 수 없다. 그는 자신이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그는 증명하지 못했다. 이것을 보면 그가 어리석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불가능한(불가능해 보이는)문제를 가지고 평생을 씨름한 그가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를 두고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과연 페트로스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했던 것일까? 페르마는 디오판토스의 ‘산학’ 복사본의 여백에 ‘n이 2보다 큰 자연수일 때 X n + Y n = Z n을 만족하는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가설을 적어놓고, 이것을 ‘실로 기묘한 증명을 하였으나 여백이 좁아 생략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인데, 페트로스의 전화상의 말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는 죽기 직전이였고, 환영까지 보였던 상태였는데.... 나는 그가 증명하지 못했다고 믿고 싶다. 그가 온 삶을 걸고 증명하려고 한 것, 그것을 죽기 직전에 증명했으나 그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너무 불쌍하니까.
페트로스, ‘나’의 삼촌이 ‘실패한 인생’인 이유는 불가능한 목표에 인생을 거는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 책의 교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불가능한 목표를 이룩하려고 노력해왔고, 그래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건 그들을 실패한 인생으로 매도해 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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