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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 ‘굶주리는 세계’ 를 읽고
‘굶주리는 세계’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예전에 보았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작가 kevin Carter가 찍고 1994년 퓰리처상을 받았던,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의 사진이다. 사진 속 아이는 수단의 UN식량 배급소로 기어가다 지쳐 쓰러져 있고, 그 뒤에는 먹잇감을 발견하고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가 노려보고 있다.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은 이런 일이 지구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기 힘들만큼 참담했다. 손만 갖다 대어도 부러질 듯한 가느다란 팔다리로 위태롭게 땅에 엎드려 고개를 푹 숙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사진은 한동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진’이라는 부제로 인터넷에 떠돌았고, 볼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사진 속 아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바로 ‘굶주림’이다. 지금도 전…(생략)

으므로 지금의 식량으로는 많은 인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식량을 원조하는 선진국들의 도움은 순수하게 인간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고, 이러한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들이 바로 기존의 내가 가진 굶주림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이전까지 알고 있던 많은 사실들이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들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한 하나하나의 잘못된 편견들을 이 책에서는 신화로 부르며, 총 12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각각의 신화들을 읽으면서 다시 정립해나간 생각들은 굶주림의 근본원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난의 원인을 개인의 무능함으로만 보지 않고 재산이 분배되지 않는 사회구조의 영향으로 보듯이, 굶주림 문제도 굶주림을 겪고 있는 가족, 사회, 더 나아가 국가 내부의 문제로만 보기는 힘들다. 굶주림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에서 식량의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더 많다는 사실과 그들의 주생산품목이 그들이 소비하는 식량이 아니라 선진국의 기호식량이라는 것은 여기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의 굶주림에는 식민지적 구조와 선진국의 관여, 그리고 사회 내의 반민주적인 분배 구조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식량을 실제적으로 쥐락펴락하는 것이 큰 국제기구가 아닌, 식량 시장의 거대 상인들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국제기구의 원조도 그들이 좌지우지하는 식량가격에 따라 많아지고 적어진다니 말이다.
이렇게 볼 때, 굶주림의 근본 원인을 인구수나 식량 자원의 환경 같은 자연발생적인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이것은 인간이 초래한 문제라고 보는 편이 낫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런 생각을 한 후에는 굶주림의 해결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만든 문제이니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에 하나이다.
그 전까지 굶주림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분별한 인구증가를 줄이는 것과 세계 여러 나라의 식량원조라고 어디서나 들어왔고, 그러한 생각이 수년간 내 머릿속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방금 찾은 굶주림의 원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굶주림의 해결에 식량원조에만 의존하는 것은 단기적인 해결이며,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반민주적인 식량 분배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수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하루에도 굶주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식량원조라는 단기적인 해결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지금과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자유에만 긍긍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전 인구의 자유를 함께 누리고 확산해나갈 수 있는 태도도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터넷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진’을 다시 찾아보았다. 여전히 같은 인간으로서 측은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저 아이가 굶주리지 않고, 식량 접근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개선되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나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도 마찬가지로 깨달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이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뒤에서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가 식량부족국가들을 쥐락펴락하는 대국들, 그리고 식량시장의 거대상인들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굶주림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이 아닌 그것의 근본원인은 무엇이고, 굶주림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알게 되었다. 또 이 책에서 ‘신화’라는 이름으로 붙인 굶주림에 대한 우리의 수많은 편견들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왜곡시키고 한편으로는 은폐시키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깨달았으며, 이것이 앞으로 고쳐나가기 위해 우리에게 내려진 임무는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