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을 읽고 나서 그남자네집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작년 겨울 한 친구가 첫사랑 때문에 아파한적이 있었다. 나이 서른을 넘어도 그 첫사랑을 못잊어 제대로 다른 남자 한 번 쳐다보지 않는 그 친구를 보면서 속으로 너도 참… 하며 혀를 찼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칠순이 넘어서 쓰셨다던 박완서님의 「그 남자네 집」을 서슴없이 손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1950년대 한국 사람이면 다 그렇듯이 전쟁통에 자신이 살던 집이 거의 다 폐허가 되고 가족이나 친지, 사랑하는 이가 죽어갔다. 남자들이 거의 전쟁터에 나가는 바람에 남아있던 여인들이 자식들을 건사하며 힘든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을 때였다. 감정이 메마르고 찌들고 한숨섞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그 시절,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어떠했을까? 요즘처럼 미팅이나 남자, 여자를 만나 자연스레 사랑을 나누었을까? 이 소설의 여주는 후배의 집을 방문하다 문득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남자의 집을 찾게 된…(생략)

도록 사나운 말들을 내뱉는다. 아마 이것이 두 사람의 사랑이 완전히 끝났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저 깊은 곳에 그 시린 추억을 애써 묻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시대 상황이 안좋았던 시절의 첫사랑, 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 받고 싶었던 것도 많았을 연애시절,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므로 더 애틋했을지도 모른다. 후에 현보를 다시 만났을 때 비록 그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도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으로 인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과연 사랑이 무엇일까? 이 두 사람의 첫사랑은 늙어서도 아련하게 읽혀지는 따뜻함이었을까? 힘든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더욱더 잊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을까? 시대에 따라 사랑이 변하듯이 이 두 사람이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무게도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 다 각각의 행복을 가슴 깊이 빌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