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를 읽고 그 많던 싱아 를 읽고

<독후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박완서作,웅진닷컴)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의미심장하게 만들었다.
싱아? 싱아가 도대체 뭐지...? 혹시 ‘상아’를 잘못 표기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상아를 어떻게 먹는단 말이지...?
이런 이상하고 엉뚱하지만 싱아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첫 책장을 넘겼다.
때는 일제시대, 작가의 어린 시절, 동네 코흘리개들의 특성을 주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사책에서, 텔레비전에서 주로 묘사되던 일제시대란 되돌려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로만 치부해 버릴 수밖에 없는 그런 시대 같기만 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지금은 찾을래야 쉽게 찾을 수 없는 동네뒷산과 시냇물 등의 전형적인 시골풍경은 여전히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었…(생략)

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취학 전부터 대학에 입학하고 전쟁 때문에 학교를 휴학했다는 대목으로 끝이 난다.
한 여자의 10년 이상의 세월을 책 한 권에 담아내기도 힘들었을 뿐 더러, 그렇다면 읽기도 당연히 지루해 졌을 텐데도 불구하고 한번의 지루함도 느끼지 않은 채, 오히려 다 읽고도 뭔가 끌리는 것이 있어서 오래 동안 책을 놓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책 뒷 표지에는 왠 식물의 그림과 함께 싱아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씌여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싱아가 풀의 한 종류라는 것을 대충 짐작하긴 했지만 책에서, 주인공에게 싱아란 풀 이상의 그 무언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은 느낄 래야 느낄 수 없는 시골의 풋풋한 정 이라든지, 혹은 어렵고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시골 아이들에게 달콤한 맛으로 찾아와 그 아이들의 주린 배를 잠시나마 채우게 한 작지만 고마운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구절인 ‘빈집 털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에...’를 되새기며, 벌써 참혹한 현실에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닌지 하고 마지막 여운을 남긴 채 2편,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작가는 잊지 않은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