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MBC 느낌표`의 여파로 관심을 갖고 읽게된 이 책은 ‘소설로 그린 자화상-유년의 기억‘ 이라는 표지와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보았다.” 라는 작가의 글로 시작한다. 이 책의 전체에서는 수필적인 느낌으로 박완서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적은 듯 한데 소설이라니.. 그럼 꾸며낸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책을 다 읽고 나서인 지금, 이 부분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우선 이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주인공인 ‘나’ 즉 박완서는 어린 시절 `박적골`이라는 시골의 대가족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다. 하지만 엄마의 신분상승 욕심과 교육열, 불안한 주변 환경 걱정 때문에 살면서 많은 이사를 다니게 된다.
박적골을 떠나게 된 건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학교에 다니게 하겠다는 엄마의 굳은 심지로 오빠를 먼저 보내고 그 다음 ‘나’도 따라서 서울로…(생략)

다녀야만 했다.
오빠는 결국 전쟁에 끌려갔고 남쪽 군이 치고 올라가 압록강 부근까지 갔다가 다시 밀려 내려오는데 설마 설마 하며 오빠만 기다리던 우리도 피난을 가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늘에선 탄들이 떨어지고 그 공포 속에 맹하니 넋이 가난 얼굴의 오빠를 만났다. 우리는 다친 오빠를 싣고 피난을 떠났지만 배고픔과 더는 못 가겠다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가까운 마을에 들어가서 몸을 숨기고 하룻밤을 지냈다. 일어나서 본 아침의 마을은 아무도 없는 고요 그 자체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고 나의 삶과도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나’가 아카시아를 먹고 매스꺼움에 싱아를 찾아 온 산을 돌아다닌 부분이다. 이 부분은 처음 간 서울의 삭막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골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정말 메스꺼움에 눈앞이 흐려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생생해서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아마 옛 시골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뜻에서 제목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인가 보다.
이 부분은 나의 모습과도 비슷한데 나는 어릴 적 경상북도 안동이라는 부산에 비하면 한참 시골인 곳에서 살았다. 그 곳에선 영화 한편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패스트 푸드점 이라고는 시내에 나가야 한 두 개 찾아볼 수 있고정이 많은 그런 때묻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부산에 와서 점점 도시 아이가 되어가고, 표준말만 쓰던 내가 부산 사투리에 적응해 가고, 처음엔 예전 살던 곳을 많이 그리워했었고.. 이렇듯 내가 부산으로 이사올 때의 느낌과 이 글의 ‘나’와는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이 책은 전쟁이 일어나고, 우리나라가 삼팔선에 의해 둘로 나뉘게 될 즈음과 그 전의 상황을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묘사하여 교과서 보다 좀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게 하고. 「이 당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생활상을 자연스레 알게 한다.」 (사실 이「」부분은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기로 마음먹었을 즈음 신문에 나왔던 말은 인용한 것이다) 그래서 전쟁전후라는 시대적 상황과 중부지방이라는 지역적 조건,, 그리고 ‘박완서라는 인물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고 계속 도시에서 자라 이런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또래의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나아가 ‘박완서’의 성년의 나날들을 기록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라는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