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그많던싱아를

초등학교시절의 기억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를 읽고 -
싱아……. 솔직히 말해서 나는 ‘싱아’ 라는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단지 책 뒷면에 ‘마디풀과의 여러살이해풀…….’ 이라고 소개된 내용 밖에는. 도시에서 살기에 ‘쌀 나무’ 라고 말하는 것과 ‘싱아’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같을 수 도, 어찌 보면 다를 수 도 있을 것이다. 아마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싱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직접 보고 맛까지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도시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나이기에 대부분의 친구들은 시골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지 못했고 나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사람이 한명 있었다.
내 나이가 6~7살일 무렵부터 10살까지, 이곳 부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양산에서 살았다. 아버지의 회사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서울로 이사 가기 전에 살았…(생략)

뿐만 아니라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시골 선생님처럼 옛날이야기며 여러 가지 놀이 등을 가르쳐 주셨고 여기저기 우리들을 데리고 다니셨다. 이야기를 하실 때는 항상 무릎을 구부려서 우리들의 키에 맞추어 주시면서 말을 하셨고, 나를 ‘영감’ 이라 부르시며 장난치시는 그런 분이셨다. 이 선생님 덕분에 작가가 소나기가 몰려올 때 괴성을 지르며 도망 다니는 모습, 시원한 개천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모습, 잠자리 꼬리에 밀집을 달아서 날리는 모습은 낮선 모습이 아니라 어릴 적 재미있게 놀았던 나의 기억이 되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은 어려서부터 쭉 도시에서 살아왔던 친구들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책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 책에서 공감할 부분이 없으므로. 생각에 따라서 어린시절에 그런 기억조차 없는 것이 불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쓸데없는 것을 추억이니 뭐니 하면서 기억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할 수 도 있다. 물론 나는 자랑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며 채팅을 하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게임을 하는 동안 수많은 노을 지는 모습, 금빛물결이 출렁대는 가을 들판의 모습, 여름의 푸르른 산의 모습 등을 노치는 것은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적당한 휴식이나 정보 습득 등의 필요에 의한 컴퓨터 사용이 아니라 단순한 즐거움, 중독성에 의한 컴퓨터 사용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본다는 그 자체 보다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들을 되돌아보며 잘못된 점은 반성하고 앞날을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다니며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도 좋아하고, 무언가 직접 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서 본 사진은 저 멀리 이 세계와 동떨어진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한 느낌만 줄 뿐이다. 그래서 직접 가서 보고 직접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과학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중학교 때의 교육방식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이유인 듯 하다. 작가는 책을 읽는 재미는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 밖에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곧 봐 온 범상한 그것들 하고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어떤 것을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책을 통해서 키운 여러 가지 정신적인 지식과 감성 등을 그대로 두기 보다는 더욱 갈고 닦으며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책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공부하는 도시의 아이들 보다는 자연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자연을 알아가는 시골의 아이들이 과학적인 기본을 더욱 많이 갖추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 시골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연과 동화될 수 있었던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한다. 하지만 도시아이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아쉽다.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다보니 선생님 한분이 더 떠오른다. 4학년 때 담임을 맡으셨던 선생님인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선생님이다. 딱 이 책에 나오는 스타일의 사람이다. 작가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소개할 때 문뜩 이 선생님이 떠올랐다. 수업시간에 빨갛게 취에서 들어온 적도 있고,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이 심했다. 체벌은 자신이 직접 뺨을 때리거나 친구 두 명을 세워두고 서로 뺨을 때리라고 시키는 등 치사한 방법의 체벌을 가했다. 그때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싫었다. 선생님과 선생은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삶에 필요한 지혜 또는 예절 등도 가르쳐주시는 분들을 일컫는 말이고 선생은 단지 한 가지 직업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타산지석이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도 내게 뭔가를 가르쳐 주셨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 다른 사람이 내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나와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도 해 보는 것은 매우 좋은 습관이 되었다.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생각만 남에게 전달하려 하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서로 감정만 상할 뿐이다. 책을 읽어보니 박완서라는 사람은 육체적 나이보다 정신적 나이를 더 빨리 먹은 것 같다. 보통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가면 시골에서 촌놈이 전학 왔다고 놀려대고 그 때문에 마음 상하기가 쉬운데 오히려 서울이라는 꽉 막힌 도시에만 사는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길 정도였으니……. 아마 작가도 초등학교 시절에 이것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아버지께서도 이 책을 읽으셨다. 아마 나 보다도 아버지께서 더 많은 즐거운 기억들을 이 책 속에서 찾으셨으리라 생각된다. 아버지와 이 책에 관해서 이야기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부자간에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여간에 이 책은 여러 면에서 바쁜 시간 속에서 휴식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읽으면서 친구들도 이런 순수한 즐거움을 알 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커서 돌이켜 볼 수 있는 추억이라고는 독서실에 처박혀서 공부하던 기억밖에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평범한 사람의 추억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