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을 읽고 그 여자네 집

그 여자네 집을 읽고...
“이 책은 처음 펼쳤을 때 꽤 많은 분량인 것같아 지루하게 느껴질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보게된 책이다. 처음에 책을 펴자 시가 나왔다. ”그 여자네 집“ 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이렇게 붙게 만든 시였다. 읽고있자면 그여자네 집을 묘사한 것이 머릿속에 그림그리듯 떠올랐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으로 둘러쌓인 집..살구꽃의 청순하고 예쁜 이미지 그리고 그 여자를 바라보는, 바라보며 애절한 짝사랑을 하지만 바라만 보는 사랑이 아닌, 직접 다가가 표현하고 싶은 사랑을 하고싶어 하는 시속의 ”그“의 이미지도 떠올랐다. 시 자체의 표현이 화려하지 않은 듯 하면서 화려한, 그러나 토속적인,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예쁘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시 였다. 하지만 처음시 구절을 보고는, 왜 갑자기 시가 나오는가.. ”그 여자네 집“이란 제목을 들었을때는 현대적인 분위기의 그저 평범한, 어디에든 있…(생략)

못했기에 잘 알수는 없지만, 한 대목 한 대목을 보다 보면 나까지 가슴이 뭉클해 지는 것 같았다.
곱단, 곱단은 만득에게 마음이 있고, 동내 사람들도 모두 알고 인정해 주는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을 보니 소극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 것 같다. 그리고, 무서운 소문이 나돌아 할 수 없이 만득이 아닌 다른 이에게 시집가게될 때, “사자를 분단장해 놓은 것처럼 섬뜩하니 표정이라곤 없었다” 라고 말하는 것 보니 시집을 가게되면 자신이 안전해질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떠나고 소식도 알 수 없는 만득을 그리워하며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게되을 무척이나 싫어했나 보다. 싫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곱단은 그 짧은 순간에 방구리 사건, 옛날 만득이 자신을 업고 흙다리를 건넜던 일, 만득이 시를 읽어주곤 하던 일, 만득이 써준 편지..등등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 추억들을 생각하자니 더 서글퍼졌을 것이다. 오지않는 만득이 가 원망스러울 법도한데,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원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곱단이였다면 시집가기 전날밤 만득을 원망하면서 한도없이 펑펑 울어버리고 마음에 없는 결혼따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을 것 이다. 하지만, 그렇게 고집피우는쪽이 더 많은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길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만득은, 사랑하는 방법을 보니 만득은 상대를 배려할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무책임한, 한순간의 사랑보다는. 끝까지 책임질 수 있고, 자기중심적이기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랑방법인 것이다. 만득이 무사히 돌아왔을 때, 곱단은 이미 다른이에게 시집을 가고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순애” 와 결혼하기로 했다. 순애와 결혼하는 날 혼삿날 신랑을 달아놓고 발바닥을 때리는 풍습중에 만득은 눈물을 쏟는데, 그 부분에 “그까짓 장난삼아 치는 매를 못 견디어 울었을까?” 라고 나와있어 만득의 속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만득은 곱단과 맺어지지 못한 자신의 신세에 대한 원망과 한탄의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던 것이다. 만득은 정말 곱단을 사랑했고, 자신이 돌아왔을 때 자신을 맞아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곱단이 원망스러운 마음도 조금은 있었을 것 이다. 몇 년을 지켜주고 사랑해왔던 곱단이와 맺어지지도 못하고, 이제는 볼 수도 없게 되는 서러운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나였어도 눈물바다가 되도록 울고 또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순애와 결혼한 후 그는 아마 곱단을 잊고 순애를 받아들이려고 많은 노력을 한것같다. 잊기는 힘들겠지만, 이제 그의 곁에는 곱단이 아닌 다른 여자가 있고, 그 여인과 평생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여인에게 미안하지 않게 위해서라도 꼭 잊어야 했을 것이다. 비록 순애는 그의 그런 마음을 잘 몰라준 것 같지만.
또 책의 후반쯤에 등장하는 순애는, 시집올 당시에도 곱단과 만득이 이어지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마을사람들과,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둔체 자신과 결혼하는 만득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을 것이다. 몇 년후 화자와 만난후 화자에게 연락해서 하소연하는 것을 들어보면, 만득이 아직도 곱단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비슷한 내용을 몇번이나 말하는데, 그것에서 그녀가 곱단을 자신의 남편을 채어갔다고 생각하며 얄밉게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남편인 만득에게도 무척이나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만득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만득의 행동 하나하나를 곱단과 관련지어 걸고 넘어지면서 자신 멋대로 생각하는 것이 조금 못되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의심하는것도 어쩔수 없는 것이, 결혼할 당시 만득의 심경과 그 결혼을 지켜보는 동내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두고 다른여자를 생각한다는 것만큼 야속한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화자를 불러내서 만득에대한 야속한 심정을 털어놓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화풀이 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죽고, 그녀의 영정사진은 20대 초반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가 생전에 내가 죽거든 늙어빠진 영정을 쓰지 말고 준비해놓은 영정을 쓰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것은 아마도 평생 곱단에게 빼앗긴 남편의 마음을,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어 보려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녀가 더욱 불쌍하게 느껴졌다. 화자도 말했듯이, 평생 만득의 마음속에서 평생 늙지도, 금가지도 않는 적과 대립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일본의 만행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되었다. 젊은 남자들을 강제징용해 총알받이로 쓰는것도 모자라서, 꽃다운 나이의 처녀, 심지어는 어린 소녀들까지 잡아 정신대를 만들다니.. 얼마 전 한창 위안부, 정신대 가 이슈가 되고 뉴스에 매일 나올 때, 솔직히 나는 왜 이제와서 저럴까, 이미 지나간 일인데 왜 이제와서 들추는걸까? 지금 이러면 그 할머님들은 오히려 그때생각에 더 힘들어하지 않으려나? 괜히 들추어 내놓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줄 힘도 없으면서 괜히 사람 아픈곳만 건드리는 것 아닌가?....등등 이런저런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크게 잘못된 생각 이였다. 나는 도덕숙제 때문에 우연히 정신대에 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정신대는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크나큰고 깊은, 쉽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였다. 솔직히, 나는 일제강점기를 겪어보지 못해서 인지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나쁘게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대 할머님들의 증언을 읽어보니,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할머님께서 그리신 그림에도 잡혀가기 전의 그리움과, 그 후의 치욕 등의 상처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증거사진은 나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요즘은 가축을 운반할 때 쓰일법한 차에 한국여인들을 태우고 위안부로 이송하는 사진, 일본군인들이 대기표를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진,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버려진 위안부 여성들의 시신였다. 땅에 구덩이를 파놓고, 그곳에 성병 등으로 죽은 위안부 여성의 시신을 한꺼번에 구덩이에 집어 넣어놓은 사진이였다. 시신은 알아볼수도 없게 훼손되어 보였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신체부위들이 서로 뒤엉켜있었다. 그 사진을 본 순간 정말 너무하다싶어 화가나고 눈물까지 핑 돌지경이였다. 이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일제강점기, 징병, 그리고 위안부 때문에, 죄없고 순수하게 사랑해왔던 두 남녀가 헤어져야만했던 슬픈 이야기. 로 정리될 것이다. 물론 만득과 곱단이 외에도 많은 사랑하는이들이 그렇게 헤어졌을 것 이다. ‘일제강점기’ 라고하면 나와 관계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고 신경도 쓰지 않았던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돌아볼수 있게 했던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