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많던싱아는

독후감 2차
일제와 민족의 싸움이 만들어 낸 비극, 그리고 그 뒤의 삶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TV프로그램인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서였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좋은 책들을 선정해주고 그 책들을 읽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그 때 선정 도서 중에 이 책이 있었다. 솔직히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싱아’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도 제목에 포함되어 있고, 자신의 자화상을 ‘자서전’이 아닌 ‘소설’이라는 종류로 엮어 냈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기회를 노리다가 이번 독후감을 쓸 책으로 정하고 읽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을 ‘독후감을 쓸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면 이렇게 재미있게, 또 끈질기게 읽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내 생각에는 자서전에 더욱 가까운 책이다. 정말…(생략)

서울로 올라가 아들을 교육시킨다. 이 일 때문에 어머니는 많은 눈초리를 받게 되고, 어느 날 다시 찾아와 완서까지도 서울로 데려간다. 완서를 데려갈 때 어머니는 할머니와 어머니 중에 선택하라는 말을 한다. 이 장면에서 어떻게 어머니이고 며느리인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원수가 아닌 이상은 그 정도의 말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완서는 어머니를 따라서 서울로 올라가게 되는데, 할머니가 배웅 나와 완서가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슬퍼서 나까지도 코끝을 찡하게 했다. 그런 장면은 다른 소설에서도 많이 보던 장면에지만 박완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고, 게다가 그 장면에 소설적인 면도 집어넣어서 읽는 사람을 더욱 더 감동적이게 만들었다. 정말 철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정도로 슬프게 울었다면 할머니와 완서 사이의 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만하다. 시골에서 살아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순수했기 때문일까? 완서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은 정말 남달랐던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할머니께서 나에게 해 주신 만큼의 사랑을 할머니께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완서가 서울로 올라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엄마는 엄마가 ‘문 안’이라 부르는 곳에 있는 좋은 학교에 보내려 완서를 가르친다. 완서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치고 엄마는 그 결과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엄마의 이중적인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는 ‘문 밖’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문 안’에 있는 학교로 완서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사직동의 친척집에 완서의 호적을 옮겨놓고 완서를 공부하게 한다. 완서의 엄마는 자신보다 낮은 그 친척을 정말 낮은 사람 대하듯이 하고 그 친척은 정말 높은 사람 대하듯이 해준다. 엄마는 지금 자신이 몸을 낮춰서 고맙다고 할 판에도 그 친척 앞에서 온갖 잘난 척을 하고 완서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싫어하게 된다. 사람이 정말 이정도로 이중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을지 의심되는 장면이었다. 박완서의 어머니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다면 정말 앞으로 그런 사람은 두 번 다시없을 거라고 나는 말할 것이다. 이기심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곳에는 굽실거리고,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사람에게는 임금이 신하 다루듯이 하는 엄마의 자세는 소설 속이지만 정말 보기 힘들었다. 물론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그런 면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나 같으면 그 정도로 심하게 할 것이라면 그냥 아무 일도 안하고 손해를 보는 길을 택할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 붙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그런 면에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다른 사람이라도 그렇게 까지 할 것 같지는 않다. 완서는 이렇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일제가 거의 물러나고 한결 편해진 생활이 되면서 완서는 중?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 어릴 때 만난 단짝 친구와 중학교까지 같이 다닌 완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그 친구와 이별을 하게 된다. 할머니와 이별을 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완서에게는 그 일이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으리라. 이 시기동안 완서의 오빠는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집안을 챙긴다. 오빠는 마음이 맞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데 이 여자는 폐병이 있었다. 일제가 물러간 뒤 완서의 친척 집은 친일파라는 누명을 쓰고 주변의 청년들에게 크게 당하고 그 때 각혈을 한 완서의 올케는 얼마 후 결국 죽게 된다. 완서가 대학교에 가면서 완서의 오빠는 새로운 부인을 얻고 한 학교에 취직을 한다. 그 후 학교의 사택에 들어간 완서의 가족은 그 곳에서 편하게 지낸다. 이 부분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완서의 첫 번째 올케가 죽은 후 완서의 어머니에 대하여 나오는 이야기 부분이었다. 완서의 어머니는 처음에 자신의 며느리를 그냥 평범한 시선으로 본다. 그러다 완서의 오빠와 결혼을 하고 난 후 완서의 어머니는 몸이 약한 며느리를 정말 자신의 딸을 돌보듯이 그렇게 잘 돌본다. 완서의 첫 번째 올케가 죽은 후 완서의 어머니가 그 사돈과 함께 통곡을 했던 이유는 자신의 딸을 잃은 듯한 느낌에 그랬을 것이다. 정말 자신의 친딸만큼의 정성을 며느리에게 쏟아 준 완서의 어머니는 어느 샌가 모르게 그 며느리를 정말로 친딸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친딸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면서도 아들과 함께 며느리를 그렇게까지 간병할 수 있었을까? 이 장면에서 나는 완서의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 전의 장면까지는 정말 비굴하고, 야비하게만 느껴졌던 완서의 어머니가 갑자기 인간적이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사람보다도 사랑이 풍부한 존재로 느껴졌다. 아무리 소설 속의 인물이라지만 사람이 이정도로 상반되는 두 모습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날 정도로 갑자기 완서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180°바뀌었다. 나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있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원래 그런 것일까? 자신이 필요한 곳에 붙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내 생각에서 이 질문은 이 책을 통해서 자연적으로 해결 된 것 같다. 사람의 부정적인 면을 전적으로 보여 줄 것 같았던 완서의 어머니가 이 문제의 답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란 지나치게 이성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동물일 것이다. 자신이 필요한 곳에 붙는 행동은 사람이라는 동물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곳에 붙으려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이성’이라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정의’라는 것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사람을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성적일 수 있다. 이 어머니의 경우를 보라.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의 감성에 이끌려서 자신의 며느리를 마치 친딸과 같이 대해주고 한편으로는 친딸에게 해주는 것 보다 더욱 더 잘해주었다. 사람에게 이성적인 면만 있었다면 이러한 행동이 가능했을까? 자신의 피를 나누어 준 딸, 아들보다 잘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성만을 놓고 생각하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감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며느리를 친딸처럼 사랑하려는 마음과 함께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기에 며느리를 친딸같이 대접해주었다. 결국 내가 이 어머니를 통하여 얻은 결론은 사람이란 자신의 이성과 감성에 끌려가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룰 때에 그 사람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주변의 많은 사람까지 편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며,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한 나의 결론이다.
마지막 부분은 6?25가 발발하여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는 정말 민족끼리 싸움의 처참함을 잘 보여준다. 완서 주변의 사람 중에서 가장 전쟁의 피해를 크게 받은 사람은 당연히 완서의 오빠일 것이다. 완서의 오빠는 공산주의를 믿고 있었는데 그 점이 완서 오빠에게 비극을 불러 온 것이다. 완서의 집은 학교 사택에 자리를 잡고 편하게 살아가고 있었으며 조금씩 돈을 모아가고 있었다. 완서의 식구들 모두 이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6?25라는 민족 최대의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완서의 오빠는 학교에 나갔다가 인민군이 되고, 남과 북의 전쟁은 계속 된다. 완서의 식구들은 피난 짐을 챙겨놓고 오빠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빠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완서에게 혼자 떠나라고 한다. 완서가 혼자 떠나라고 할 때에 완서의 오빠가 돌아오지만 오빠는 예전의 오빠가 아니다.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식구들은 짐을 다시 챙겨서 오빠와 함께 피난을 가는데 가던 도중 오빠의 다리에 총알이 박히고, 가족들은 그 일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게 되어 결국 피난 행렬의 뒤쪽으로 몰려서 제대로 가지 못하고 현저동의 어느 한 집에 숨어들자고 한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완서는 동네의 풍경을 보더니 앞으로 자신이 글을 쓸 거라는 예감을 받는다. 이 장면이 이 책의 끝이다. 계속 자서전 같은 느낌이 강하던 글이 마지막 문단에서만은 소설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간간히 이러한 문단이 있기는 하지만 마지막 문단만은 정말 자서전이라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러한 문단이었다. 이 부분에서 내가 본 것은 전쟁의 참담함이다. 다른 민족끼리의 전쟁이라면 그 정도의 아픔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족끼리의 전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겪은 아픔은 정말 컸다. 이 책에서도 보여주듯이 민족 전체의 아픔이 큰 만큼 각 가족들의 아픔도 컸다. 완서의 집안이 겨우 찾은 평온을 잃어버리고, 완서의 오빠는 정신과 몸이 모두 망가지는 그러한 결과를 나타낸다. 살아오면서 온갖 아픔과 수모를 모두 겪어낸 완서이지만 이것만큼은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이 정말 믿고 따르는 오빠가, 자신과 같은 민족에 의하여 아픔을 겪게 되는 그러한 일은 완서로서는 예상도 하지 못한 일이고, 동시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분단과 전쟁, 이것이 우리 나라에게 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아픔과 눈물밖에는 없다. 물론 내가 그 시대를 직접 겪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6?25 전쟁의 이야기만 들어도 정말로 억울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우리 민족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남과 북으로 나뉘고, 또 그 남과 북이 전쟁을 하고, 아직까지도 그 사태를 풀지 못하고 있는지... 어떠한 나라에서도 전쟁이라는 것이 남기는 것은 아픔과 눈물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민족끼리의 아픔을 겪은 민족은 세계에 몇 민족 있지 않다.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을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두고서 보지 못하는 아픔, 같은 민족과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아픔을 가진 민족은 우리뿐이다. 지금이야말로 남과 북이 자신만 생각하는 것을 버리고, 서로 협력하여 통일을 이루어야 할 때이다. 현재까지 분단 가족이 겪은 아픔은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협력적인 통일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그 아픔을 갚을 수 있다면 하루빨리 그 부분을 보상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통일을 위한 기반이 잡혀가는 지금 내가 우리나라에게 바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통일을 이루어 주는 것이다.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나도 내 할아버지의 고향인 북쪽을 꼭 방문해보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위의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보았다. 위의 세 가지 내용은 대부분 우리나라가 겪은 아픔에 관한 내용이다. 내가 앞으로 될 과학자라는 직업은 무엇보다도 인성이 중요한 직업이다. 특히 나라에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애국심이 정말로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더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의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애국심이라고 해서 막연한 애국심이 아닌 정말로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나라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러한 애국심을 길러가서 앞으로 이 나라의 장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러한 과학도로서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