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 가고싶다를 읽고 그섬

그 섬에 가고 싶다를 읽고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작가가 할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고향 낙일도와 낙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적어놓은 책이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한동안 잊었던 밤하늘의 별들 중 작가는 `할머니 손자`로서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별을 찾고,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어린 날의 섬사람들과 자신을 떠올린다. 어렸을 적 어린 작가의 눈에 비추어 지던 낙일도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벌떡녀와 뒷간네 넙도댁 같은 우스꽝스러운 호칭도 재미있을뿐더러 내용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 이야기들은 어떤 때는 날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었고 또 어떤 때는 책속의 인물이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으며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훈훈한 정과 사랑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들 중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몇가지만 소개해보자면, 작가의 이모인 옥님이의 이야기와, 곱사등이인…(생략)

모르겠으나 그 키로 봐서는 여섯이었고, 그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열 여섯 같았다고 한다. 반임이가 어떤 모습의 아이었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흉칙스러울수도 있는 굽은 등에,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을 것 같은 반임이. 주위 사람들이 수근덕대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싫고 가슴아팠을까? 작가와 그 친구들은 그늘에서 쉬고 있는 반임이를 보고 반임이의 굽은 등이 닭의 모래주머니처럼 모래를 모아놓는 곳이라며 모래를 마두 뿌려대며 반임이를 심술궂게 놀렸다고 한다. 내가 반임이처럼 아이들에게 그렇게 모욕적인 놀림을 들었더라면 나는 어땠을까? 그러던 어느 날 반임이의 엄마가 꺼이꺼이 통곡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반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작가는 그때 하늘에서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반임이네 집 쪽으로 떨어지던 별똥별이 반임이 별이라고 한다. 과연 그 별똥별도 등이 굽어있는 곱사등이 별이었을까? 별이 된 반임이가 내려다보는 낙일도의 사람들은 어땠을까?
이 책의 처음 부분에서 모든 인간은 별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마다 자기 몫만큼의 크기와, 밝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채 해 저문 하늘녘 어딘쯤엔가에서 꼭 자기만의 별자리에서 자기만의 이름으로 빛나던 별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이 땅으로 내려와서 많은 인간들과 인연을 맺고 다시 별이 된다고, 맨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때는 그냥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넘어갔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모든 사람은 별이라는 작가의 말이 다시한번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작가가 이제는 퇴색해버려 원래 있던 별자리조차 알지 못하기에 자신을 못난이 별이라고 했었던 말이 떠오르며 나 역시 제 2의 못난이 별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사회인이 되고 아이의 아버지가 된 작가는 자신의 어린 딸을 보며 언젠간 이 아이도 커가며 세상엔 모두 아름답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럽고 추한 것들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다.
각박하게 메말라 버린 요즘 사회에서 낙일도에서처럼 훈훈한 정을 찾을 수 있고, 가끔 하늘의 별을 보며 평온함과 잔잔함,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