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삼의 피를 읽고 금삼의 피를 읽고…

금삼의 피를 읽고…
저자 : 박종화
출판사 : 어문각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면..
한 국가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 우리 나라 조선시대의 역사는 남성들이 권력의 중심이고 하는 일의 중심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여성들의 야망과 권력도 남성들 못 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궁중에 있는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한 왕과 국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일이 연산군의 일이었다는 것을 "금삼의 피"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연산군은... 한 마디로 폭군이다. 인륜을 거스르는 일을 했고, 왕이 되어서도 정사를 돌보지 않고 주색잡기에 빠져 있다가 결국에는 왕위에서 쫓겨나는 인물... 연산군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전부다. 그 과정에서 연산군의 어머니가 폐비가 되고 고향에서 사약을 받아 죽게 되었고, 그 원한으로 연산군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는 사…(생략)

이었다. 정귀인은 시기심도 많고 왕대비가 자신을 귀여워 해 준다는 것을 알고 중전 윤씨에게 반항 아닌 반항을 시작하게 된다. 중전이 주관하는 행사에도 나가지 않고, 벌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고... 버릇없는 아랫사람의 표준이었다. 순리를 거스르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받게 되는 법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귀인의 승리였다. 정귀인은 그 당시 왕대비와 성종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서 중전 윤씨를 폐하고 결국에는 사약까지 받게 했다. 그 억울한 죽음을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선시대 궁중에서의 투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가 생각하면서 겉으로 평온하게만 보이는 궁궐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싸움의 무서움도 알게 되었다.
억울하게 스러져가는 중전 윤씨의 한 맺힌 죽음을 지켜보면서 나도 같이 분노했고 슬퍼했다. 중전이란 자리에 오르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듯 했으나 그것도 잠시... 몇 년 만에 죄인으로 몰려 죽음을 당할 거란 걸 알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중전은 되지 않았을 텐데... 나 같으면 그 전에 멀리 도망갔을지도 모르겠다. 붉은 피를 한삼에 토하며 죽어간 중전 윤씨의 아들 연산군은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궁궐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연산군이 그 일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폐세자 시켰을 거라는 왕대비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산군은 그 일을 알고 나서 총명하고 영특한 세자에서 어딘가 모르게 침울하고 조용한 왕세자로 바뀌어 버렸다.
죄인의 아들, 어머니 없는 자식이라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던 왕세자 연산군은 결국 왕이 되어 그 분노가 폭발해버렸다. 연산군의 그런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이나 잔인하고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다고 인정되고 있는 행동들이 많았다. 연산군도 인간이니 만큼 어머니에 대해 간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의 피를 봤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산군은 어머니의 피 묻은 한삼을 보자마자 분노가 폭발했고, 정귀인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연산군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로서 다스렸다. 크게 두 번의 사화가 있었다. 그렇게 까지 해서 억울하게 죽어간 자신의 어머니의 복수를 해주고 싶었을까... 결구 연산군은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죽인 다는 이유로 폐위 당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의 피를 본 것은 자신의 어머니의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한 한이 아닐까...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제대로 왕비에 맞는 대접을 해드리기 까지 너무나도 힘든 과정을 겪었기에 임금이란 위치에 있으면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워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그랬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연산군은 궁궐의 권력다툼으로 인해 정신이 나가버린 또 다른 희생양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금삼의 피는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일제시대에 쓰여진 글이다. 시대적 상황으로 봤을 때 작가는 폐비 윤씨는 빼앗긴 조국의 상징적 의미가 되며 연산군은 자기 파괴는 자폭적인 민족 개개인의 심성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들이 모두 단면적인 것으로 그 것이 모두 옳다고 말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각도로 역사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중전으로 있다가 폐비가 되고 쓸쓸히 죽어간 윤씨를 보면서 조선시대 권력 다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폭군으로만 여겨졌던 연산군이 어머니를 잃었지만 그 사실조차 말 할 수 없었던 조선시대 한 사람으로 볼 때 왕이란 신분에서 행해졌던 그런 비행들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산군의 그런 한 맺힌 모습들을 보면서 그에게 약간의 연민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역사의 대부분의 사실들 속에는 내가 모르고 있는 또 다른 사실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나는 한 권의 역사소설을 접하게 됨으로써 역사 보는 내 관점이 많이 달라 졌다는 것을 느꼈다. 연산군의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보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올바른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