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조를 읽고 금시조

이야기꾼, 이문열님의 진수였읍니다
작품에 대해 논하기 전에 작가를 두고 벌였던(단장취의, 곡학아세) 논쟁에 관해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를 먼저 펼쳐 보고자 한다. 논쟁 결과, 님 뿐만이 아니라 님의 작품까지 폄하되는 양상으로 비화되었는데, 제삼자인 내가 볼 때 이는 지나친 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문학 이외의 영역에서 작가가 행한 불비한 행동(?)을 이유로 그 분의 문학 작품까지 비난한다는 것은 치졸함의 극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책 반납운동` 운운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이 땅에 진정한 `비평의 문화`가 자리 잡았는지를 되돌아 보게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아무리 펜이 검보다 강하고, 권력보다 강하다 할 지라도 그 펜으로 힘을 발휘하는 주체는, 연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작가나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문필가를 대중적인 시각과 잣대로 비판하고 흔들어 버린다면…(생략)

야 할 상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서예가 다른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스승과 다른 독자적 서예관을 추구해 간다. 중년의 나이에 스승과 대립하기도 했던 고죽은 스승이 죽은 후에 스승이 자기를 총애 했음을 알게 되고, 죽음에 임박하여 고죽은 자신의 작품을 회수하여 불태운다. 그 불꽃은 자기 부정의 예술 혼인 `금시조`를 확인하며 죽음을 맞는 작품
으로 예술에서의 `보편주의`와 `상대주의` 논쟁을 이야기한 작품이다.(이상은 공감하는 어느 평론을 그냥 옮겨 보았다)

붓 글씨를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 이외에 배워 보지도 않은 내가 이 작품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작품을 읽으며 일전에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읽으며 서예가 藝냐 道냐 하는 점을 놓고 많은 번민 끝에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道와 藝는 서로 통한다`는 결론을 얻었었는데, 이 작품에서 다시 한번 이 점을 확인하였다. 또 하나는 道던 藝던 그것이 어떤 부류에 속하든 서예 그 자체를 놓고 가슴으로 이해하여야지, `이래서 道고 저래서 藝다`라는 논법은 문제가 있는 시각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예를 놓고 道와 藝를 논한다는 것은 마치 설탕을 놓고 당분이 몇%, 수분이 몇 %라는 식으로 분석해 설탕을 먹은 후 `나는 설탕을 먹었다`라는 이야기대신 `아!, 나는 지금 수분 몇%와 당분 몇% 먹었다`라는 소리와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어떤 특정 사안을 놓고 분석적으로 세밀히 접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것이 바로 절제된 `道`를 가르치는 것이요, 수분과 당분의 절묘한 만남을 미각을 통한 감각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로 `藝`가 아닌가 생각한다. 반면에 어느 끝 단만을 잡고 전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藝와 道를 벗어난 저급한 행동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