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만복사저포기 금오신화 감상문

처녀 귀신과 양생의 아름다운 사랑
-‘만복사 저포기’를 읽고-
나는 책을 읽을 때 특정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상상력이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판타지나 역사성 있는 책들을 주로 읽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전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고전소설의 종류로는 한문소설, 설화소설, 사회소설, 군담소설, 풍자소설, 가정소설, 궁중소설 등이 있다. 이 중에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들도 많다. 그러나 많은 고전소설 중에서도 금오신화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금오신화라는 책에는 5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그 5가지 중에 ‘만복사 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이라는 이야기가 제일 유명하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로 한문으로 표기되었다. 나는 유명한 이 두 가지 중 ‘만복사 저포기’에 대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 이야기는 전라북도 남원에 있는 만복사라는 절에서 시작된다. 양생이라는 노총각은 부처님께 찾아가서 아…(생략)

있다고 말을 했다. 알고 보니, 저번에 만났던 처녀는 왜구의 난에 의해서 불쌍하게 죽은 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처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처녀를 기다려 함께 보련사로 올라갔다. 그녀의 친척이나 승려들은 그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양생은 처녀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었다. 솔직히 내가 양생이라면 처녀가 귀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양생은 처녀와 같이 있겠다고 했으니, 담력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처녀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처녀의 말소리는 가까이에 가면 들리지 않고, 멀리서는 희미하게 들렸다. 그리고 연기처럼 떠나갔다. 그녀의 부모님은 양생의 말이 진짜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살아있을 때, 그녀가 가지고 있던 토지 두 이랑과 노비를 받았다. 그 다음 날, 그는 처녀의 집이 있던 곳으로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새로 단장된 처녀의 무덤만 있었다. 그는 가지고 온 술과 고기로 제사를 지내주고, 시도 한 수 지어주었다. 그는 토지와 노비를 팔고, 매일 저녁마다 제를 지내어주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다시 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양생의 은덕으로 아주 먼 나라의 사내로 다시 태어난다고. 양생은 그 뒤로 장가에 들지 않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고 살았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양생은 지리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고 살게 되었지만, 왜구의 난으로 인해 이승을 떠돌게 된 처녀의 혼을 달래 주어서 뿌듯할 것이다. 양생이 저포놀이에서 이긴 것도, 잠시 며칠 동안 처녀와 같이 지낸 것도, 그리고 처녀가 양생을 만난 것도 다 부처님의 뜻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닐까?
책을 몇 번 더 읽어보면 이 책에 숨어있는 뜻과 이 책을 쓰신 김시습님의 뜻도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귀신은 무서운 존재로만 알고 있는데, 이 처녀는 그렇게 무서운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인간과 신이 공존할 수 있고,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천상의 맑은 세상을 이 혼탁한 지상에 구현하려는 작가의 뜻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현실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억눌린 신분의 구습을 타파하려는 작가의 예리한 저항의식도 내재된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고전문학을 읽도록 격려해 주신 부모님과 추천해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쓰신 김시습님! 나머지 이야기도 읽어보고. 친구들에게 추천해줄 것이에요.
그러나 아쉬운 것은 금오신화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산을 연상하고, 정작 작품의 산실인 경주 남산의 한 자락인 금오산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지키지 않는 문화, 우리가 가꾸지 않는 문화는 잡초더미에 묻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