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들꽃 기억속의 들꽃

‘기억속의 들꽃’을 읽고....
윤흥길 소설의 고유한 기법은 어른들의 세계를 어린이의 시점에서 서술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 속의 들꽃`의 화자도 그러한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만경강 다리를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어느 마을에 사는 화자는 6.25전쟁으로 인한 피란민들이 마을에 왔다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보며 자신도 피란민처럼 어디로 떠나고 싶다는 피란민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순진한 아이이다. 그 순진한 아이와 함께 낯선 침입자가 등장한다. 그것은 서울에서 온 `명선`이다. 그녀의 출현은 피란민 생활에 익숙한 화자에게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체험하게 한다. 그녀는 남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밥을 막무가내로 달라고 하고 밥이 없다고 하자, 자신이 지니고 있던 금가락지를 준 대가로 밥을 얻어 먹는다. 그녀는 동네의 개구장이들보다도 더욱 장난을 좋아해서 만경강 다리에서 누가 더 멀리 갈 수 있는지 뜀박질 시…(생략)

져 죽은 다음, 화자는 끊어진 다리 끝까지 가는 모험을 처음 겪음으로써 그녀가 감추어 두었던 헝겊 주머니에서 금반지 몇개를 발견하지만 그녀가 빠져 죽은 강물에 버린다. 금반지도 그녀와 함께 사라진다. 마을에서 서울 소녀가 등장하여 화자의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가 뜻밖의 병으로, 부모의 죽음으로 화자가 다시 혼자가 되는 `소나기`의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 모든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소설이 된 것은 그녀가 이 이름없는 한 송이 들꽃으로 상징화된데 있다. 끊어진 교각 위에 핀 한 송이 꽃이 생명이 연약하면서도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그 꽃을 꺾어서 머리에 꽂고 다니던 그녀가 바람에 날려간 그 꽃처럼 전투기의 폭음에 놀라서 강으로 떨어져 죽는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송이 들꽃인 그녀는 그 강인한 생명력에도 불구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러한 들꽃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자라난 화자는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는 분명히 이 비극적인 운명을 극복하는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