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예기치 못한 일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때로는 상상도 하기 싫은 불행한 순간이 닥쳐올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홍수나 태풍 등의 엄청난 천재지변으로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TV뉴스를 통해서 본 적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내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불행이 오면 인간은 좌절하게 된다.
너무 복잡한 미로 속에 갇혀 도무지 그 미로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라 큰 괴로움, 불행을 겪어도 삶은 계속되기 마련인 것 같다. 사실 진정한 행복은 어려움을 극복한 후에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러분은 불행이라는 존재가 예고를 하고 찾아오는 경우를 보았는가?
불행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더 큰…(생략)

오명을 쓰게 된 숙정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독극물인 비상을 먹고 자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김약국의 아버지는 그 날로 도망쳐서는 가족과 소식이 끊긴 채 객지를 떠돌다 비참하게 죽게된다.
김약국의 부모에게 찾아온 사건은 김약국의 집안에 찾아올 불행의 씨앗이었던 것이다. 이후 큰 부자였던 김약국은 돈을 벌기 위해서 어장사업에 손을 대는데, 폭풍우로 인한 파선을 당하게 된다. 그 이후 사업 실패로 가세가 점점 기울어 간다.
뿐만 아니라 첫째 딸 용숙은 과부가 되었다가 살인혐의로 감옥에 갔다오게 되고, 둘째 딸 용빈은 원하던 교원(교사)가 되었으나 약혼자로부터 버림받는다.
가장 아름다운 셋째 딸 용란은 사랑하는 남자가 살해당한 충격으로 그만 미쳐 버리고 넷째 딸은 가난한 살림과 남편의 냉담함 때문에 큰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이 모든 불행을 힘없이 지켜보아야만 했던 막내딸 용혜까지 모두 비극적인 운명에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의 어머니 한실댁은 자신의 딸들이 남부럽지 않게 잘 살기를 바랬지만 정작 현실은 그들과는 정반대였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즉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끈질기게 살아간다.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용빈은 자신의 고향이자 아버지, 어머니, 용옥의 생명을 앗아간 곳, 자신의 집안에 비극을 몰고 온 통영이라는 곳을 떠나려 한다.
여기서 나는 용빈이 고향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는 의지를 엿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용빈과 용혜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강인한 인간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사랑하는 남자와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미쳐 버린 동생 용란에게 성경을 권하는 장면이나 ‘달맞이꽃처럼 하얀 용혜의 얼굴’이라는 구절이 인상깊었다.
용혜는 집안의 막내딸이자 김약국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희망을 대표한다.
이 부분은 “아름답게 자란 용혜의 빛나는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용빈이 용란에게 성경을 선물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믿음,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이야말로 모든 종교에서 최고로 여기는 가치일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용빈의 선택을 통해 삶의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려는 강인한 생명력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대를 이은 비극의 중심 속에서 이들 모두는 이러한 상황을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불행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김약국의 딸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은 하루가 다르게 기울어가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두 자기를 떠나버린다면 아마도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고 도망쳐버린다면 영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원천적 힘은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키워 나간다면 아무리 힘든 위기라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같은 반의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 괴로운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한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를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수많은 일들을 만나게 된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이겨낸 보리가 자라듯이, 고통을 이겨 내야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인생을 선택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나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