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경남 통영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넉넉한 살림의 한집안이 욕망의 얽힘과 운명에 의해 몰락해 가는 비극성을 사실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김약국의 어머니가 비상을 먹고 자살하는 대목에서 시작되는 비극의 씨앗은 결국 김약국의 딸들이 하나 하나 몰락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작가 박경리는 평범한 삶의 현장에 운명이라는 메카니즘을 도입함으로써 일상적인 것에서 비상한 진실을 규명해 내고 있다. 그가 보는 운명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의 궤도를 결정하는 힘으로, 특히 한 집안의 내력과 관련지음으로써, 그것의 불가항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약국의 딸들」은 비극적인 아이러니의 범주에 들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리얼리즘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첫머리에 제시되고 있는 통영에 대한 소개와 인물들의 사투리는 이 작품의 토속적 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사투리는 표준말보다 덜…(생략)

가 통영 땅 어느 한 집안에서 벌어졌음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그러나 비상을 먹고 죽은 집안의 내력으로 인하여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김약국과 한실댁, 다섯 딸들에게 주어지는 운명론적인 소설의 구도에 대하여는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이다.
사촌끼리도 뚝뚝 떨어져서 사는 핵가족 시대에 살면서 집안의 내력이라는 운명의 공동체는 묻혀지고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가족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심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런 욕망이 발전의 계기가 되어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서 있는 나 자신은 알게 모르게 집안 내력의 영향을 받으며 그 토대 위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듯이 후손들의 삶에 풍요로운 토대가 되어줄 수 있는 책임감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