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을 읽고 나서 김약국의딸들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또 읽고 나서도 나는 한 부유한 가정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몰락하는 비극적인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록 결말은 용빈과 용혜가 새로운 삶을 찾아 통영을 떠난다는 비교적 희망적으로 끝맺혀 있지만, 소설 전체가 풍기는 극단적인 비극의 분위기는 평범한 나의 삶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부감마저 들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며 한숨에 책을 읽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평범한 삶과 해피 엔딩에 익숙한 나 같은 학생들에게는 이런 비극적인 정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선 시대 말기부터 일제 침략기까지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삶과 고통이 김약국 이라는 인물과 그의 다섯 딸에게 집약되어 표현된 것이었다.성수의 어머니인 숙정이 비상을 먹고 자살하는 것에서부터 그의 아들인 성수의 딸들이 하나하나 몰락해 가는 이야기 와중에도 정감…(생략)

아닌 여성들의 비극만을 이렇게 극대화 했는지 말이다. 아직도 뿌리뽑히지 않은 남녀차별은 그 시대엔 남녀차별이 아닌 남존여비사상으로 남성들에게 억압받고 억눌려 끊임없는 인내와 순종 속에서 그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던 여성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게 아닌가 싶다. 또, 용숙과 용란, 용옥 모두의 비극은 유교적인 사상에서 비롯되어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나 정절을 지키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비난받고 경멸받는 여인들의 처참한 실상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보니 이 작품이 그냥 단순하게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우리 민족의 고통 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간 중간에서도그 비극적인 운명을 이겨내려는 주인공들의 의지도 눈물겨웠다. 하지만 아까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난 이미 이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희망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언젠가 토지도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도 이 소설처럼 경상도 통영이 배경이라고 하는데 21권의 방대한 내용 속에 우리네의 실상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감동적이게 담겨져 있는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