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사 : 열린책들
깊이에의 강요..
파트라크 쥐스킨트의 단편 모음 `깊이에의 강요`... 처음엔 제목이 멋있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책의 내용이 너무 엉뚱하고 재미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깊이에의 강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여류화가가 그녀의 예술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을 듣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이 한마디에 시달리며 그녀는 절망해간다. 점점 인간답지 못하게 생활하던 그녀는 결국 자살을 택하고 그녀가 죽은 뒤 기자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녀를 죽게 한 장본인인 평론가는 그녀의 죽음은 개인적인 문제에 있던 것처럼 보인다며 처음의 평론과는 정 반대로 그녀의 초기의 작품부터 무의미한 `깊이에의 강요`가 있었다는 평론을 쓴다.
생각이 있어서 내뱉은 것인지 모를 무의미한 말들, 또 그 말들에 사로잡혀 병…(생략)

들인 건 아닐까...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전자 쪽이다.
그것은 동네 체스 왕의 절대적임에 대한 도전, 정석적이고 집요하며 진부하지만 막강한 수와 상반된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수, 그리고 동네 체스꾼들의 동네 체스 왕에 대한 또는 그의 질리게 만드는 수에 대한 은근한 증오의 결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장인 뮈샤르의 유언]
장인 뮈샤르는 전직 파리에서 가장 뛰어나고 이름있던 보석 세공업자로 상류계층을 고객으로 삼고 그들과 꽤나 친분을 쌓으며 학식도 생겼다. 그는 말년에 사업에서 손을 떼고 파리 근교에 대저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는 그 곳에서 중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그 발견은 이 지구가 조개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를 파든지 조개가 나왔다. 그는 그의 정원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는 얇은 외투에 둘러싸인 조개 덩어리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이 세상은 조개화의 과정이고, 그가 쓰러지면서 느낀 환상은 지구의 종말, 즉 완전한 조개화라고 한다. 조개화의 공포에 사로잡힌 그는 위장병으로 죽어가면서 그의 중대한 발견을 글로 남긴다. 너무도 짙은 안개를 자신만으로, 불빛 하나만으로는 물리칠 수 없다고... 우리가 수백 개의 작은 불빛을 켜야 한다고...
읽으면서 정말 황당했다. 너무나도 엉뚱한 문제에 집착하여 자신을 망쳐 가는 이 사람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돈도 많고, 자신을 꽤나 상류계급과 친분이 있는 박식한 사람이라고 자처할 수 있었던 그의 세상은 무자비하게 닫히는 조개였다. 그가 느낀 공포는 오직 그와 자신의 무지에 있었던 것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는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외에도 작가의 수필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책은 짧으면서 뭔가 가슴에 와 닿는 게 많았다. 삶의 사소한 것에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꽤나 재미있는, 다른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