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교보문고에서 배고픔을 참으며 백범일지, 무소유 등등 찾기 쉬운 것을 뿌리치고 어찌어찌 직원언니에게까지 물어가며 찾은 책이었다. 학교생활안내에 나온 책들중 처음에 보고싶었던것들은 다 절판돼서 구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 다음으로 정한책이였는데 제목만 보고 처음엔 정말 두꺼울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보니 생전 처음 접하는 얇은 책.. 정말 여태껏 접한 수많은 책들 중에서 제일 얇았다.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얇은 책.
단편집으로 독후감을 써보는건 처음이라 단편 하나하나 따로따로 써볼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였던 깊이에의 강요..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슈투투가르트 출신의 젊은 여인의 초대전시회에 온 어느 평론가의 말이었다. 젊은 여인은 이…(생략)

언젠가....일년이 지나고...또 일년이 지나고...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저 내용을 읽어도 지금과는 달리 이해가 잘 갈 때 다시 읽었으면 좋겠고 또 그때는 많이 느끼고 느낀바를 제대로 표현할 수있었음 한다..

여인의 방의 모습 등등을 보도했고..어찌 보면 여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제공자인 평론가는 당혹감을 표현하는 단문을 기고했다.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 집요하게 파고듦…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한 예술가가 아무생각없이 말한듯한 평론가의 말에 상처를 입고 깊이를 고민하고 깊이를 찾아다니다 깊이라는 단어에 억눌려서 끝내는 자살까지 갔다..
이것을 읽으며 처음부터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깊이...!
그림에 깊이가 없다. 언뜻보면 말이 되는 듯 하다가도 묘하게 이해가 안간다고할까?
깊이란 무엇일까..? 부모님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냥 깊이 있는 공부에 비유해서 대충 설명해 주셨을 뿐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깊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는 것인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예를 들면 유명한 평론가, 정치가 같은 사람들은 말에 막힘이 없다. 그래서인지 즉홍적으로 나온 말이라도 언론은 그대로 내보내고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약한 사람은 그 말에 의해 이 글의 젊은 여인처럼 무너져 내려 재기불능까지 간다.
이처럼 말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야기였던 승부.
이 이야기는 한 늙은 고수와 젊은 도전자의 체스대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였다. 늙은 고수인 장은 늘 신중하게 체스를 두었고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 그러다 자신감 넘쳐 보이는 젊은 도전자를 맞이하여 평소 다른 사람들하고 둘때보다 몇 번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체스를 두었다. 그에 비해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수를 쓰는 뭔가 실력이 있어 보이는 젊은 도전자. 구경꾼들은 젊은 도전자가 늙은 고수를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한참이 지나고 상황상 젊은 도전자보다는 늙은 고수쪽이 유리한 상황으로 보였으나 모두들 젊은 도전자가 기적을 일으켜 늙은 고수를 이겨줄꺼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젊은 도전자는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다가 자신이 졌다는 표시로 자기 진영의 킹을 쓰러뜨렸다. 이것은 아주 상스러운 행동으로 뒤늦게 체스게임을 전부 뒤엎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젊은 도전자는 늙은 고수에게나 구경꾼들에게도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인사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체스게임이 끝나니 시간은 8시 15분...모두들 변명을 웅얼거리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늙은 고수 혼자 남아 섬멸당한 말들부터 시작해 차례 차례 상자속에 말들을 주워 담으며 늘 하던 습관대로 방금 둔 체스의 수 하나하나와 상황들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렸다.
늙은 고수는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졸렬하게 체스를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으로 보았을 때 늙은 고수는 초반에 벌써 젊은 도전자를 쓰러뜨려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은 초보자임에 분명한 젊은 도전자를 늙은 고수는 비참할 정도로 형편없다는 생각을 하려하지 않았다. 솔직히 늙은 고수는 그 젊은 도전자에게 감탄했으며 몇 년 전부터 기다리던 참패를 자신에게 안겨주길 바랬다. 하지만 승리했고 그 승리는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였으며 실제로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늙은 고수는 오늘 둔 체스를 마지막으로 체스를 그만두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처음에 나도 젊은 도전자에게 무언가가 감춰진 비밀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경꾼들의 반응도 그렇고 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수라니 어쩌느니 이런 말이 나오는데 누가 젊은이를 초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끝에 가서 그 젊은이가 초보자임에 틀림없다는 대목이 나오면서 좀 충격을 먹었다..그 젊은이도 고수일꺼라고 추호도 의심치 않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격이랄까?
아마 구경하면서 내기까지 하던 사람들 기분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늙은 고수인...장도..

세 번째이야기였던..장인 뮈사르의 유언
제일 골치가 아파오는 이야기를 꼽는다면..이게 아닐까 싶다.
제목과 같이 이것은 장인 뮈사르가 죽기 전에 쓴 내용이다.
그의 이름은 장 자크 뮈사르. 1687년 3월12일 제네바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구두장이였지만 그는 아주 일찍부터 보다 고상한 수공업에의 소명이 자기 안에서 움트는 것을 느끼고 금세공사에게 도공수업을 받으러갔다. 몇 년 후 그는 도제가 시험을 치뤘고 2년의 방황 끝에 파리로 갔다. 그곳에서 베르들레 가에 있는 금세공사 장인 랑베르의 가게에서 일자리를 구했고 랑베르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그는 그의 공방을 위임받아 운영했으며, 1년후 랑베르의 미망인과 결혼을 했고 그렇게해서 장인증서와 조합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 후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파리 시내 전역에서 가장 훌륭하고 명망있는 보석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뒤 2년후 1733년 그는 오를레앙 공작의 궁중 보석세공사로 임명되었다. 고상한 계층과의 교분은 그의 정신적인 능력의 함양과 성격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성공한 인생을 살던 그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금과 보석이 갖는 매력은 의미가 없어지고 서적과 학문을 높이 평가하게되었다. 그래서 예순살이 되기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파시로 이사가 한적한 인생을 살기로 한다.
새로 지은 집 응접실 앞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장미를 심었는데 그 장미들이 잘 자라지 않아서 그 화단을 없애고 테라스를 만들기로 했다.
기초작업을 하려고 땅을 파는데 삽질을 하자 부슬부슬한 흙대신 기이하게 생긴 하얀 암석을 발견 그것이 돌로 된 조개라는 것을 알게되고 성분도 조개와 같다는 것을 알게된다. 거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이곳저곳 다른 지역의 땅도 파본 결과 모두 그 돌로된 조개들이 나왔다.
그것에 이런저런 의문을 가지고 서적을 가지고 연구한 끝에 우리의 행성전체가 조개와 조개 종류의 성분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우주의 조개화도 생각해내었으며 우리의 육신이 끊임없이 조개 성분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리고 그밖에 절망적인 상황들 우리가 살고있는 행성이 멸망할것이라는등의 이야기가 쭈욱 이어지고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아직 그 한가운데 있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이어진 뮈사르씨의 하인의 후기..
1753년 8월 30일 뮈사르씨가 예순 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뮈사르씨가 죽고 발견돼었을때의 상황을 썼다. 그리고 그가 사후경직후에도 뻣뻣하게 앉아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관은 사각형이였다는 이야기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황당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맞는 말 같기도 한 것이 참 이상한 글이였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인간의 조개화는 왠지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늙을수록 허리가 구부러지는데 그것이 인간의 조개화라고 보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나할까?
어쨌든 이 내용이 정말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마지막..문학의 건방증
이 글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 제일 많이 공감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의도와 내가 공감한 것과 많이 다른 감이 들지만 말이다.
이 글은 에세이 이다.
이 글은 작가인 쥐스킨트가 직접 글을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문학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학 작품과 우리의 삶은 어떠한 함수관계에 있으며, 삶은 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무엇을 읽든지 그 내용이 뇌리에서 깡그리 사라져 우리의 삶에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는것일까? 아니면 삶을 일거에 변화시키지는 않을지라도 무의식에 남아 삶에 면면히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누구도 간단히 답변할 수 없는 이 문제는 문학이 갖는 의의의 문제와 맞물려있다.
이 글에서 내가 공감한 것은 책을 읽고나서 그 순간 그리고 몇 일 후까지는 그 내용이 그럭저럭 기억이 잘 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한달이 지나고...어느덧 일년이 지나고...점점 날짜가 지날수록..그 책의 내용은 생각이 나지않는 것. 이것은 단순히 내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공감하면서 읽었다는 점은 변할수없느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도 일주일이 지나고..한달이 지나고...일년이 지나고...계속 지나다 보면 나의 뇌리에서 잊혀지겠지..

여기까지가 이 세편 아니 네편의 이야기에 대한 줄거리와 나의 대충의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 책의 내용은 내가 독후감으로 쓰기에는 내용이 좀 어려운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내용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고 그랬기에 느끼는 바도 적었다.
무엇보다도 99페이정도의 책으로 독후감 5페이지를 써야한다는 현실에 부딪혀 어찌어찌 쓰고는 있지만 내용 부실에 정말 느낀것보다는 후회가 많이 남는 책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일년이 지나고...또 일년이 지나고...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저 내용을 읽어도 지금과는 달리 이해가 잘 갈 때 다시 읽었으면 좋겠고 또 그때는 많이 느끼고 느낀바를 제대로 표현할 수있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