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리 독후감 꺼삐딴 리 Captain

<꺼삐딴 리 Captain)을 읽고>
무심코 책장에 있는 책을 보다가 꺼삐딴 리라는 희한한 제목의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는 꺼삐딴 리라는 제목이 사투리 일종이 아닐까? 생각하며 난 그 책을 꺼내었다. 그리고 읽기 전 그 알 수 없는 제목의 뜻을 알기 위해 제목의 용어 풀이를 펴 보았다. 그 곳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꺼삐딴`은 영어의 Captain에 해당되는 노어이다. 8?15 직후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하자 그 발음이 와전되어 `꺼삐딴`이 `우리머리`나 `최고`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다."
정말 웃음이 씨~익 나왔다. 우리 나라 사투리 인줄만 알았던 꺼삐딴이란 말이 Captain에서 온 말이라니 예상하지 못했던 제목에 잠시 황당했다.
글의 첫 머리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는데 왠지 낯이 읽었다. 생각해보니 언젠가 글의 첫머리를 읽은 적이 있던 것 같다. 그 때 이 의사 정말 부도덕적인 이기주의자라고 속으로 욕…(생략)

리를 대강 살펴보자면 이렇다. 수술실에서 나온 이인국박사는 응접실 소파에 파묻히듯이 깊숙히 기대어 앉았다. 두 시간 이십 분의 집도. 위장 속의 균종적출. 환자는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수술을 끝내고 나오며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역정을 돌이켜 보던 그는 문득 미국에 유학을 떠나있는 딸 나미의 편지를 생각한다. 그 편지에는 기필코 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딸의 고집이 담겨 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쳐왔음을 깨닫는다. 상대는 동양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교수.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자신이 외국인 교수 앞에서 딸의 미국 유학을 주장했고, 또한 그 외국인 교수가 한국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찬성했었다. 백인 사위에 흰둥이 손자라, 그는 입맛을 쩝쩝 다시지 않을 수가 없다. 이같은 사실을 그는 자신의 후처인 혜숙에게 말한다. 그러나 혜숙은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입맛을 다시며 미국 대사관의 브라운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선다. 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그는 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38 이북인 그의 고향에는 해방이 되자 느닷없이 소련군이 진주해 들어왔다. 그는 착잡한 심정으로 진주군의 탱크 행렬을 바라보았다. 벌써 며칠째 붐비던 그의 병원에는 이제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는 친일파라는 오명과 함께 치안대에 연행되어 온갖 욕설과 구타에 시달렸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그는 삶을 희구하는 가녀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감방에 감금된 그는, 감방 안에 이질이 만연하자 형무소장의 명령에 의해 응급 처치실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온갖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치료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스텐코프라는 소련인 군의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의 눈에 스텐코프의 왼쪽 뺨에 붙은 혹이 들어왔다. 그는 그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자청하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스텐코프는 그를 환대하였다. 그는 그 뒤, 스텐코프의 추천에 의해 하나뿐인 아들 원식이를 모스크바로 유학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해에 6?25사변이 터지고 말았다. 전쟁중에 남쪽으로 내려온 그는, 역시 자신의 기술과 수완으로 상당히 높은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들의 소식을 생사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자동차가 브라운의 관사에 닿는다.
브라운과 만나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동안 그는 브라운의 얼굴이 자꾸 스텐코프의 환영과 겹쳐지는 것을 느낀다. 그는 브라운으로부터 자신의 미국행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뿌듯한 무엇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브라운의 관사를 나오면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그리고 소련군 점령하의 북한에서, 또한 월남을 결행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확신을 가진다. 택시를 타고 느긋하게 달리는 그의 눈에 들어오는 가을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에 주인공인 기회주의적인 이인국박사라는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자면 박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 붙었다가 저리 붙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한 방법 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남에게 빌붙고 주체성을 잃는 다는 것은 정말 비굴하고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비굴해서 일뿐 누군들 더 낳은 삶을 살고 싶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의 이기주의적 면모는 동정 할 수 없다. 물론 자기 자신만을 위한 성향은 모두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의사로서의 자격조건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돈과 권력만을 중시한다. 물론 그 점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라는 핑계를 대고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임무와 책임은 다해야 한다고 본다. 나라를 버린 것도 부족해 자신의 내면의 양심과 손톱 만큼의 사랑이라는 것조차 남기지 않고 버린 그의 모습,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그는 그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면 모조리 버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 안의 먼지하나, 가난한 환자 모두 그에게 이득은 고사하고 해를 주는 것이다.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이인국박사, 비판받을 만이 마땅하다. 근데 그렇다고 우리는 그를 특별한 시대적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인간은 기회주의고 이기주의자이다. 하지만 절제를 통해 더욱 아름다운 인간적 면모를 만들며 아름다운 인격을 형성하여 살아가려 할 뿐이다. 어쩜 그는 비판받기에 마땅하지만 그 시대에 작가가 우리 민족의 수난 과정과 비애를 증언하고자 제시한 한 인물에 불과한 평범한 대다수의 인간 중 대표적 인물로 제시되었을 뿐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과거다. 그를 한시대의 평범한 대다수의 인간 중 하나라는 일수다 있다는 생각을 되뇌이니 슬픈 과거고 그 과거가 현실까지 미쳐지는걸 보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마도 일제치하 때부터 시작된 아픔의 상처와 흔적은 이제 지워야 할 때가 되었다. 아직도 신문과 텔레비전에선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사람들이 들끓는다. 이인국박사의 시대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편안하고 안락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의식은 점점 성장하지만 그 성장이 좀더 낳은 인간적이 아닌 동물과 같이 변화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또 그런 동물적 면이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더 나쁘다고 본다. 많은걸 배운 만큼, 특히 우리의 역사를 보며 머리 속에 지식으로만 쌓기보다는 그것을 보며 먼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텔레비전에서 본 어떤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지구의 세균이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또한 인간은 지구의 세균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또한 세균이다. 우리는 이점을 명심하고 다시는 이인국박사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모두 지구의, 타인의, 자신의 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