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리를 읽고나서,, 꺼삐딴리

사람들은 삶을 살면서 무수한 갈림길의 기로에 서서 선택을 하게 된다.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일생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꺼삐딴 리』의 이인국 박사는 우리의 근대사가 빚어 낸 카멜레온적 인간상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일제 시대에는 철저한 황국 시민으로 친일을 하고, 해방 이후의 북한에서는 친일파로 몰려 곤욕을 치르면서도 소련군 장교의 환심을 극적으로 획득하여 친소파로, 이남에 내려온 1?4후퇴 이후에는 친미파로 변절하면서 살아가는 카멜레온적 인간형을 비판하하였다. 이러한 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동시에 힘없고 가엾은 민족의 자화상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소설의 서두에서 이인국 박사가 딸 `나미`가 미국인과 국제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가벼운 분노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경력에 윤기를 더할 셈으로 도미할 계획을 세우고, 미 대사관 직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생략)

이인국은 그 특유의 처세술로 브라운을 만족시키게 되어 미국무성 초청장을 받는 목적을 달성한다.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며 도미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하여 우리들은 일제 때부터 해방기를 거쳐 1950년대에 이르는 그의 삶의 과정을 보며, 이인국 박사의 과거의 추악한 삶의 방식을 확인하고 현재의 삶과 관련지어 평가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다. 즉, 과거의 행적이 그러했기에 현재의 삶도 그러하다는 인과적인 것이다.
2월 18일 오전 대구지하철에 화재로 인하여 많은 사상자를 냈다. 국내 지하철 객차는 외국과는 달리 온통 가연성 물질로 꾸며져 있어 불이 붙으면 곧바로 다른 객차로 번져 나간다. 화재가 났음에도 반대편 전동차가 들어와 불이 옮겨 붙어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은 화재가 난 후의 대처 방법이다. 정전으로 출구는 찾기 어려웠고, 유독가스로 인하여 숨을 쉴 수 없었으며, 지하 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예 없었고, 역무시설이 있는 층의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온 국민들은 눈물로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어야 했으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측은 사상자들의 수를 줄이기에 급급했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였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현장 검증이 끝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증거가 사라졌으며, 윗사람들의 방문 때문에 깨끗이 물청소를 하여 쓰레기 더미에서 사상자들의 유품과 유골이 발견되어 유족들의 슬픔을 더했다. 그들은 마음이 아픈 유족들보다는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청소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현장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미국의 9.11 사건 때에도 유족이나 그 누구도 완전히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사람들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세계 두 번째의 대형 지하철 참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산업화 이후 우리는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선진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해 오직 앞만 보며 달려왔다. 이윤극대화, 경제성, 효율성 같은 가치가 중시되며 조급성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었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 악덕 기업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착하게 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윗사람에게 잘 보일까를 염려한다. 또한 한탕주의에 빠져 대박을 꿈꾸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다. 이는 모두가 아닌 오직 나 혼자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도우며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