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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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hwp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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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전부터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사실 예전엔 책표지의 활짝 웃고있던 김혜자를 보고선, 이 책이 그녀의 연기인생을 돌아보는 자서전이 아닐까 생각되어 그닥 읽고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었는데 다른사람들의 리뷰를 읽고 나선 내 생각이 크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다시 그 책을 발견했을 땐 왠지 모르게 눈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오드리 헵번의 유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내용은 아름다운 김혜자의 미소가 담긴 표지와는 달리,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지켜본 그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정말로 표지와는 다른 내용들로 책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그녀의 이야기는 아주 조금 등장하고 있을 뿐, 책의 모든 내용들은 그녀가 르완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뭄바이(봄베이) 등 세계 곳곳…(생략)

이 엿보여서 오히려 의심어린 마음을 지니고 책을 읽은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어쩌면 진짜 나쁜 사람은 실은 그녀가 아니라 나였던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실은 나야말로 이 책을 읽으며 나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통해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책에 나오는 그러한 가난한 나라에 나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나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그 마음들이 내 마음의 전부는 아니였을지라도 솔직히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전혀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일것이다.
그치만 위와 같은 생각을 했던 이기적인 나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대신에 그러한 생각에 안주하지 말고, 이기적인 나 자신을 뛰어넘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그냥 평범하게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언제나 나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상처주지만 그럼에도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피터지게 노력하는 존재들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인지 나 자신이 비록 이기적이긴 하지만 또한 그것을 극복하자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을 통해 나름대로 열심히 책에 몰입해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덤덤히 내가 책에 있는 활자들을 읽어나가는 중에도, 혹은 지금 컴퓨터에 앉아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가까이는 북한에서, 멀리는 아프리카에 있는 배고픈 소년, 소녀들이 채 어른의 문턱을 넘어서지도 못하고 배고픔에 허덕이다 죽어가고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지 책을 통해 느끼고, 간접적으로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피해갈 수 없는 운명으로 그 아픔을 느껴야하는 이들이 있을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불공평한 것인진 알 수 없지만, 내가 편안히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 순간에도 반대편에선 굶주림과 학대와 강간과 전쟁으로 인한 짙은 상처속에서 울부짖을 힘조차 없이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과연 그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전하는 뉴스가 아닌 실제의 아픔과 고통으로 오늘 밤을 흐느끼며 그렇게 지세우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들을 돕고, 어떻게 그들을 위해 행동할 수 있을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또 오늘밤을, 내일밤을 내 생각과 내 고민에만 허덕이다 잠이 들 나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느껴져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럼에도 분명한건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신의 계시든, 운명에 의한 것이든지간에 결국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려면 나 스스로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될꺼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우리 자신들도 숱한 죄를 짓기도 하고, 이런 내가 과연 누군가를 감히 도울 수 있는 처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선뜻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아닌 타인들을 향한 시선을 멈춰선 안된다는 것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손길을 거둬서는 안된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는 한, 결코 나 자신도 완벽히 행복해지진 못할것이고 비단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나 한 사람이라도 먼저 의미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