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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접했을 때 책 제목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여서 교육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책일 것으라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 그런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리고, 첫 번째 글부터 나를 여지없이 울리고 말았다.
직접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나의 어떠한 말보다 나을 듯 싶다.
애꾸아무는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아는 애꾸아무는 케냐의 투루카나에 살고 있는 일곱 살짜리 소녀입니다. 수줍게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패이는, 정말 사랑스런 아이입니다. 사금 캐러 간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계속 칭얼대며 누나를 힘들게 합니다. 애꾸아무는 그런 동생을 안아주었다가 힘들면 도로 뉘었다가 하고 있습니다.
나는 애꾸아무를 다 허물어져가는 헝겊과 지푸라기로 된 삼각형 모양의 움막 안에서 만났습니다. 애꾸아무는 나를 보자 마치 친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잘 웃었습…(생략)
뿐. 저만치 떨어진 움막 밖의 돌 위에 앉아 나는 잠든 에꾸아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일 일찍 이곳에 먹을 것이 도착해야 할 텐데. 꼭 그래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또 많은 아이들이 가엾이 죽어갈텐데??????.
에꾸아무. 나는 이 아이를 서울로 데려가고 싶습니다. 데리고 가서 깨끗이 씻기고, 밥 먹이고, 예븐 옷 입혀서 학교 보내고, 손 잡고 데리거 다니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 소녀를 데려가면 서울 가서 한 열흘은 행복할 거예요. 하지만 이곳에 있는 엄마가 보고싶고, 동생이 보고싶어, 에꾸아무는 곧 불행해질 겁니다.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에꾸아무야, 넌 왜 여기서 태어났니? 왜 하필 아프리카 땅에서 태어났니?
우리가 마구 먹고, 마구 마시고, 마구 파해지고, 마구 버리고 그럴 때 한 쪽에서는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네요. 마구 쓰기 위해 개발한 문명의 피해가 가뭄과 홍수를 부르고,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의 피해가 가난과 죽음을 부르고 그런다네요.
지금까지 주로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며 책상머리에서 그 원인이나 따지고, 그 주범이 누구인가 따지고 있을 때에도 글쎄 수천, 수만, 아니 수억의 생명이 고통 받으며 죽어가고 있었네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잭 켈리라는 한 신문기자가 소말리아의 비극을 취재하다가 겪은 체험담이 있습니다.
기자 일행이 수도 모가디슈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기근이 극심한 때였습니다. 기자가 한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그 기자는 한 작은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온몸이 벌레에 물려 있었고, 영양실조에 걸려 배가 불룩했습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으며, 피부는 한 백 살이나 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마침 일행 중의 한 사진기자가 과일을 하나 갖고 있어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허약해서 그것을 들고 있을 힘이 없었습니다. 기자는 그것을 반으로 잘라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눈짓을 하더니 마을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기자 일행이 소년의 뒤를 따라갔지만, 소년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소년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한 작은 아이가 땅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은 완전히 감겨 있었습니다. 이 작은 아이는 소년의 동생이었습니다. 형은 자신의 동생 곁에 무릎을 꿇더니 손에 쥐고 잇던 과일을 한 입 베어서는 그것을 씹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생의 입을 벌리고는 그것을 입 안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동생의 턱을 잡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동생이 씹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기자 일행은 그 소년이 자기 동생을 위해 보름 동안이나 그렇게 해온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결국 소년은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동생은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그 소년은 자신의 배고픔을 뒤로 하고 사과 한 조각을 잘게 씹어서 동생의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아침이면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오늘 어디 술집에서 멋있게 술을 한 잔 마실까 고민하고 있을 때에 그 소년은 굶주림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나와 관계 없는 일일까요? 내 가족이 아니니까. 내 자식이 아니니까.
인간의 인간됨의 조건 중에 하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있습니다. 이는 사랑을 행하는 마음입니다. 주변에 이런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아주 소수이지만 사랑을 베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기 옆에 가엾은 사람이 있으면 나눠주고, 보살펴주고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손길이 너무 부족한 듯합니다. 오죽했으면 이 책의 필자인 김혜자님은 `하느님이 정말로 있습니까` `하느님이 있다면 왜 이들을 이렇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습니까`라고 외쳤을까요?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오지심(羞惡之心)도 있기 마련입니다. 인간을 가엾이 아끼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어찌 그들을 측은하게 바라보고만 있겠습니까?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정의로운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신부터요.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넓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몇 가지 찾아봐야겠습니다. 벌써 몇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혼자 모난 행동 한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국은 나를 조금 버리는 조그만 용기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순박한 중년의 연기자로만 알았던 김혜자님의 열린 생각과 숭고한 삶에 무한한 격려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좋은 책이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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