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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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본문/내용

텔레비전을 통해 만나는 그녀의 모습은 화려하기 보다는 수수했고 그래서 정겨웠다. 닿을 수 없는 외딴 곳에 있는 게 아닌 듯해 느껴지는 편안함. 배우 김혜자에게서는 여타 다른 연예인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느낌들이 묻어난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전원일기>를 통해, 모 기업 CF를 통해 보았던 모습이 그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10년에 걸친 그녀의 경험이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따스함을 온 몸으로 품도록 만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서 참으로 많은 나라들을 방문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르완다, 방글라데시 등등 이름만으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많은 곳들을 그녀는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방문해왔다. 처음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다시는 이런 방문은 없길 간절히 기도했다는 그녀. 하지만 두 눈을 통해 슬픔을 쏟아내고, 온 몸을 통해 배고픔을 호소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영…(생략)

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단결하기도 바쁜 이 시간에 자기네들끼리 싸우기에 급급한 사람들이니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싸움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왜 그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알려 들지 않는다. 오랜 기간에 걸친 식민지 역사와 종족과 민족을 무시하고 자행된 국경선 긋기의 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결코 묻지 않는다. 가난은 그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알려고 들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의도적인 무관심 속에서 가난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나마 양심 있는 몇몇 국가들이 자신들의 예산에서 지극히 적은 부분을 이들 국가를 위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 일컬어지는 인간일지라도 가난과 함께한다면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세상.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숨쉴 기운조차 없어 겨우겨우 살아있는 이들 바로 옆에서 호화찬란한 파티가 끊이지 않는 세상. 이토록 냉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우습게도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한, 정의를 위한 전쟁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 전쟁은 독재자를 무너뜨리는데 기여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 땅의 아이들과 여성들을 아프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폭음과 총소리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저 배고픔을 잊기 위해 이름 모를 풀을 뜯어 먹고 있을 이들이 있을 것이고, 이름도 가지지 못한 체 이 땅에서 허락된 너무도 짧은 시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이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고 웃음은 있다. 적어도 김혜자가 만난 아이들은 그랬다. 그 희망은 그녀를 다시 아프리카로 향하게 하는 힘일 것이다. 일방적으로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깨닫기 위해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