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
이 책은 힐테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나`는 엉뚱한 모험에 휩쓸리고 이 도시에서 아주 기괴한 모험을 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그 속에 펼쳐지는 얘기들과 사건들은 단조로운 스토리라인에 붙여진 재미거리이지만 유치한감을 지울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다.
이책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책들. 그리고 그 책의 가치에 열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치있는 책을 쫓는 책 사냥꾼들과 서점주인들. 그들이 쫓고 있는건 책의 가치 중 어느측면일까. 책이 담고있는 금문자의 지혜일까. 오래되고 희귀한 소장용의 재산가치일까.
만약 책속의 `황금목록`에 등재되어있는 책들이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책들이라면 과연 그런게 황금목록에 오를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세상에 방귀뀌는 방법에 대한 책이 최고급 양장에 다이아가루잉크로 씌어졌다고 가치가 높아가는건 아니니까.
더불어 대중적인 의도로 쓰인 …(생략)

않을 것 같은 영양가 높은 생각과 느낌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 어떤 결실을 거두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백지가 되었노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큰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바로 코 앞에서 도둑을 맞은 것처럼, 이 두 권의 책이 책을 읽는동안 그 이후까지 기억해 두려고 조심스럽게 간직해 둔 것들을 모조리 빼앗아 가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기억에 남는 느낌이랄지, 가슴 충만한 생각들은 아무리 애써 찾아보려해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결코 찾아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정말 어떤 걸 얻은 걸까. 과연 얻은 게 있기는 한 걸까.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의 특정한 감흥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이번만큼은 특히나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이지 즐겼다. 독서 그 자체를 즐겼다.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일 조차 아까울 정도로 열심히 아껴가며 조마조마 읽어 내려갔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단순히 종이로 된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모험이자 우리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찾아 갈 수 있는, 힘차게 떠날 수 있는 낭만의 모험 세계다. 실질적으로 책 속의 부흐하임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유쾌하지도 않지만 내가 간접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피상적인 모험으로서의 경험은 유쾌함의 극단을 달린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빠지고 빠져 어느 순간 부흐하임의 지하 미로에서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쯤에는 비로소 잔인하고 괴로운 또 다른 진정한 모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순간 순간 진땀을 빼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미로를 따라서 따라서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통쾌하고 아쉬운 끝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