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제목 그대로다. 한마디로 더럽게 시건방진 고양이가 나와서 우스꽝스런 인간들의 모습을 고양이 나름의 잣대로 보여준다. 수많은 동물 중에 고양이를 고른 것은 지당하신 선택으로 보인다. 뭐, 일본에서 고양이가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이기 때문이라거나 흔하게 키우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이유도 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고양이의 습성이 이 책의 화자가 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존심이 강하고 인간을 우습게 아는 듯한 그 도도한 태도. 그저 축생에 불과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고양이인지라 어쩔 수 없는 화자 자신의 우스꽝스러움도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옹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이태백 같지 않은가!
내가 볼때 이작품에서 중요한 인물은 세명이다. 주인공인 고양이, 고양이의 주인인 구샤미 선생, 구샤미 선생의 친구인 메이테이 읽다보면 이 세명이 바로…(생략)

게 늘어지고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는 이유를 또 들자면 그 고고한 척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자체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먼지 하나 묻지 않는 도도한 척 세상을 깔보고 비웃음 짓지만 정작 그 작자들의 삶이라는 것이 비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화를 제외하고 인간 아닌 화자가 등장하는 소설은 그렇다. 인간 아닌 존재가 인간을 바라보았을 때 느껴질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낸다. 고양이라는 시선을 등장시켜 인간을 바라보는 이 작품 역시 그렇다.
하루키의 소설을 보면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그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문학에서 고양이라는 동물이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름을 느낄때가 많다. 우리에게 고양이라는 동물이 개에 비해 그리 친숙하지 않은걸 비교할때 그점은 더 두드러진다. 울음소리나 사람을 쳐다보는 그 눈매나 하나같이 기분나쁜 고양이들이 사람을 판단한다는게 어쩌면 더 기분 상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에겐 체면이라는 게 있다. 체면 때문에 하고싶은 일도 말도 제대로 못할 때도 많고 주저하는 일도 허다하다. 모처럼의 기회도 그러한 체면 때문에 놓치는 경우도 있다. 허나 고양이는 그런 체면 따윈 모른다. 인간의 허식에 눌린 그 모습을 그저 고양이 세수 한번 하고 바라본다. 그런데 그 고양이 마저 결국 누구인가. 인간이 고양이를 통해 바라본 인간 세상. 그 재미없음에도 묘한 흥미를 끄는 건 읽어야겠다는 고집과 소세키를 읽는다는 체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이 녀석 고양이 너와 함께 한잔 걸치고 그 물독에 첨벙 뛰어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