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모든 폭력은 분류에서 나온다. 근대 서구 이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것은 그 이성의 판단에 따라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선한 것??이 되었고,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은 ??악한 것??이 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힘이 센 사람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를 악한 것을 치부하여 탄압한 것이다. 이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이루는 하나의 근간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은 금새 드러나고야 말았다. 서구 제국주의는 제3세계를 지배하고 탄압하여 착취하였으며,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했고, 인간은 자연을 무한대로 착취하였다.
그러나 착취당하는 존재들이 침묵만을 고수하지는 않았다. 제3세계는 제국주의 세력에 저항하여 독립의 몸부림을 쳤으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소외되었던 노동의 가치를 찾기 위…(생략)

구분, 다른 것과 같은 것에 대한 구분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에게 어쩌면 어려운일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고립은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너와 나를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이성??의 역작용이라 하겠다. 나와 다른 정치적, 종교적 이념을 가진 사람들, 만인의 동등함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이들, 자연과 인간의 본래적 합일을 주장하며 생태 운동을 전개하는 이들을 나쁘다라고 규정하고 자신의 안일과 유익만을 구하는 이들이 주류가 되어 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이방인이 되어 버린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의미에서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해 주류에 편승하고자 노력하지만, 저자 홍세화는 자신이 말하듯 삼중의 이방인-정치적 망명자, 유색인종, 타국인-이 되어서도 한국을 그리워하고, 평생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의 세대가 겪었던 정치적 풍랑은 아니더라도, 지금 한국사회에서 똘레랑스를 말하는 것은 이방인이 되는 것임은 너무도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가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되어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사회 속의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내가 한국의 진정한 똘레랑스가 되기 위한 길을 모색하도록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