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극우가 판을 치는 이 땅에서 누구를 위한,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른체 증오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아 온 우리가 느끼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부분은 분명하게 이 책에서 나타난다. `똘레랑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자들의 어려움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왜 그토록 목마른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고국 ,뼈저린 외로움 간첩이라는 지울 수 없는 이데올로기의 누명을 쓰고 친하다는 사람일 수 록 멀리해야 했고 그 벗들을 위해서 조금만 가까이해도 행여 누가 될까 스스로 의혹의 눈길이 닿지 않도록 보호 해주어야만 하는 고난의 세월을 살아야했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서울명문대에 입학하여 재학시절 모든 꿈과 청춘을 불사르던 장래가 촉망받던 한 젊은이가 분단 현실에 대한 정치적 억압과 노동과 인권문제로 사회 운동에 참여하던 중 불행하게도 시국사건에 연루되고 우여곡절 끝에…(생략)

작된 모순이었다. 그곳에서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소?`라는 질문에 `꼬레 뚜 꼬레`(남한도 북한도 아닌 그냥 꼬레)라고 대답했던 그는 빠리에서 유일한 꼬레출신 택시운전사였고, 빠리의 한국인 사회에도 낄 수 없고 스스로 멀어져야 했던 이방인들중의 이방인이었다. 사람이 그립고 외로웠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의 생활은 그를 지켜주었고 생존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며 바쁜 생활은 외로움도 잊게 해주었다. 그 외에도 이방인으로서 본 파리의 모습들과 한국인에게 프랑스 관광지를 소개하는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똘레랑스라는 단어를 우리식 `덤`으로 해석하는 구절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또 `잔디를 보호합시다`라는 푯말대신에 `존중받고 싶거든 존중하시오`라고 써놓는다는 것. 100킬로 제한속도 고속도로에서 120킬로까지 잡지는 않지만 그걸 넘으면 바로 딱지를 뗀다는 묵시된 한정적 자유. ??김치냄새때문에 아파트가 썩는다?? 는 프랑스인에게 `너네 치즈냄새도 만만치 않아` 라고 외치면 아무 소리 못한다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기까지.. 작가 자신의 절박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들이 찡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나는 그의 눈을 통해, 프랑스라는 다른 사회의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와 나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권력에 대해 개인이 가져야 할 자유와 권리, 개인에 대해 권력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반드시 획득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 싶다. 꼬레 뚜 꼬레... 그렇다. 그는 분단된 조국이 아니라 그냥 꼬레에 돌아와야 한다. 더이상 나의 반쪽을 미워하지 않는 나라에 돌아와야 한다. 이제 나도 나중에 프랑스에 가서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꼬레 뚜 꼬레`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