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을 읽고…
저자 : 홍세화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한국인의 똘레랑스..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외국, 특히 서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파리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최첨단의 패션, 그리고 유행이라고 한다. 어떤 책에서 읽기를 파리에는 여러 고급 메이커들의 상품이 즐비하게 가게의 진열대에 놓여져 있지만, 그것을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해 사는 프랑스 시민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팔기 위해 진열한다는 것이다. 외국에 관광을 다녀 온 것을 무슨 대단히 영예로운 일인 듯 파리의 에펠탑이 어떻고,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그들은 우리 나라의 어떤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 되었고 어디가 한국 관광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지 같은 것들에 대…(생략)

가는데 왠 참견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들이 그 곳에 가서 하는 행동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그곳이 남의 나라이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마치 그 곳에 자기들 밖에 없는 양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밤에 술에 취해서 추태를 부리는가 하면, 공공 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 얼마나 비도덕한 일인지 생각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등, 한국이란 나라를 전혀 모르는 어떤 외국인이 그들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 대해서 받을 인상을 형편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이 글 가운데 나왔던 한국 승객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도 역시 외국의 에티켓에 관한 예비 학습 없이 나간 한국 사람들의 부끄러운 일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똘레랑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똘레랑스란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어 사전에는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라고 밝히고 있는, 원래는 `허용 오차`를 뜻하는 공학 용어이다. 프랑스 국민들의 정신 전반에 깔려있는 이 똘레랑스는, 어떻게 말하면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공중 도덕심이라고 표현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어떤 일을 할 때나 `선`을 넘기지 않게 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는 이 똘레랑스로 인해서 사람들은 합법도 비합법도 아닌 그 중간 단계, 즉 비합법이 되지 않는 최대치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에 지은이는 똘레랑스에 관해 다시 한 번 따로 정리하여 놓았다. 그것은 그도 그 것에 관해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데모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잠들어야 할 깊은 밤이 되면 그만두고 물러 나 주는 똘레랑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여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었을 때 그대로 그들을 쫓아내지 않고 협상하여 공항 옆에 큰 천막으로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 공간`을 만들어 주었던 똘레랑스 등. 이러한 똘레랑스는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서 사람들에게 극단을 치달리지 않게 해 주었던 기본 이념이었던 것 같다. 내가 프랑스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바로 이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알고, 우리 나라에서 허용 되는 범위에 까지만이라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어떤 곳에 가서든지 나는 한국인이노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어떤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 한국인임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고 푸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무엇이 진정 부끄러운 일인가? 나라가 경제력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 나라의 힘이 강하지 못하고, 선진국이 아닌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외국에서 찌푸려진 눈살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 해 보지는 않았을까? 어설픈 일본말로 자신이 일본인인 척 하면서 다니는 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 해 보지는 않았을까? 최소한의 양심과 애국심이 있다면 우리나라 한국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토록 나라를 사랑하면서도 돌아오지 못하고 파리의 어느 거리를 달리고 있을 지 모르는 지은이가, 그리고 우리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외국인에게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 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의식 속에 프랑스의 것이 아닌, 한국의 똘레랑스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