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고나서

중학교 1학년 쯤 처음 이 책을 접했다. 제목과 겉표지만 보고는 낭만적인 소설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고,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똘레랑스니 맑스주의니 하는 단어들은 너무 먼 얘기일 뿐이었다. 결국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어디 위치해 있는지 잘 찾지 조차 못하던 빠리 이야기에 채 10 페이지도 넘기지 못한 채 책을 덮고 말았다. 그 뒤로 오랫동안 기억에서 잊혀졌다가 4년이 지난 우연한 기회에 책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 책을 읽을때도 관용이니 똘레랑스니 하는 말들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빠리에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노트르담 대성당, 에펠탑과 같은 빠리의 풍경이야기에 작년에 프랑스에 다녀왔던 추억을 되새기다 보니 어느새 책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작가는 프랑스인의 생활모습, 그들의 똘레랑스,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과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긴 글을…(생략)

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하고, 또한 그것을 부러워하듯 작가는 우리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힘든, 프랑스 사람들만이 가진 ‘똘레랑스’를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또한, 그의 똘레랑스가 무엇인가 하는 장장 20페이지에 걸친 보론에 나 역시 그것이 부러워졌다.
그가 말하는 똘레랑스는 이렇다. 개인주의를 고수하면서도 남을 인정하며 공존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것. 하지만 우리는 나와 의견이 다르면 일단 배척하고 본다. 심지어는 사람 자체를 미워하기까지 하고, 남이 나와 다르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듯 모든 생각에서 내 생각만이 맞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모든 것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의견이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하고, 그 ‘틀렸다’는 것을 그 사람의 인격으로 일치시키고는 그 사람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별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글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라면 ‘역사속의 여러 나라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것만을 지속시켜 나가려 하고, 다른 어떤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망명을 해야만 했던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이야 모든 사상의 자유가 주어졌다지만,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나조차도 똘레랑스에 대해 우리나라가 부족한 점을 느껴 봤다는걸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속의 흑백논리는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글쓴이의 망명. 물론 이 사회에서 벗어난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의 뜻은 아니었다. 그저 한국 사회에서 축출 당한 것이다. 반면 프랑스는 어떠했는가? 우리는 우리 동포를 내쫓았고, 다른 집단에서 내쫓긴 그는 프랑스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쫓아내는 사회와 내쫓긴 새로운 생각조차 똘레랑스로 포용하는 사회. 이 두 사회중 어떤 사회가 더 발전 할 수 있을지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이다.
나와 다른 사람은 무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 물론 예전부터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쓴이가 만났다는 고작 세 무리의 한국인 손님 중 두 무리가 글쓴이가 보트 피플일 것이고 자신들의 말을 못 알아들을 거라며 한국말로 되지도 않는 소리를 떠들고, 매춘부 여자들을 무시하며 싸움까지 벌였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창피함까지 느껴졌다. 그동안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글쓴이의 손님이었다는 사람들에 대해 창피함을 느끼는 것도 나와 다르다며 배척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프랑스도 민족주의와 함께 프랑스어만을 고집하며, 영어라면 알면서도 모른체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그런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자기들과 다른 세계를 또 한번 수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들처럼 조금씩 변화할 수는 없을까?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분명 끊임없이 생각을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완전한 똘레랑스라는 것이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배척하는 그런 사회보다는 인간은 존재자체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