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를 읽고 공중그네

요즘 만큼 정신의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때도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가지씩의 고민들을 가지고 우울해하고 그 정도가 심해 자살까지 이르는가 보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와 그가 다루었던 환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무거울거라는 편견도 잠시 책은 독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가벼움으로 이야기를 푼다.
하지만 중반부부터 이 책에 대해 슬슬 걱정이 일었다.
가벼운데, 가벼운것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섶다. 하지만 끝내 내 걱정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이 책은 가볍다. 물론 주제나 교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깊이 있는 정신의학 소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분히 실망스러웠다.
마지막까지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을거라 기대했던 의사 이라부와 F컵의 간호사는 끝끝내 그들의 기행을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 버리고 만다.
그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하는 이유를 살짝이…(생략)

갈린다.) 마유미라는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 없는 간호사 (나도 간호사지만 이렇게 일하면 정말 편할 듯...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의사, 간호사 있으면 안된다. -_-` )
그들과 함께하는 강박증, 대인공포증, 심인성 구토증 등등의 환자는 어느새 이라부의 비타민 주사 덕인지, 엉뚱한 행동들 덕택인지, 본인들의 노력 덕인지 증상이 사라진다. 줄거리만으로는 얼토 당토 않은 얘기 같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풀어내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다.
5개의 이야기 주인공들이자 이라부의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증상들은 그 강약이 다를뿐 우리도 모두 겪고 있는 얘기니 이라부의 엉뚱함에 웃다보면 알게 모르게 있던 우리의 문제들도 덩달아 해결될 듯한 기분이다. 이 책이 신경과 치료제로 쓰일지도? ^^
읽다가 너무 웃겨서 뒤짚어질 뻔한 부분을 얘기해 보면, 이라부와 동창인 환자가 함께 교통도로 표지판의 한자를 바꾸는 장면. 제일 웃긴건... 점 몇개로 표지판이 튀김우동가로 바뀌는 걸 구상하는 이라부. 지도 펴 놓고 어떤 한자를 바꿀까 고민 중인 이라부를 상상해보라.
웃긴 와중에도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 장, 여류작가의 생각.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꿈이 되살아났다. 나에게도 치료제로 발효된 걸까?

[인상깊은 구절]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

전혀 기대없이 고른 책이었는데, `이토록 낙천적이고 유괘한 소설은 처음 봤다` 라는 평이 걸맞게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오키상은 일본에서 유명한 상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독특한 작품에게 상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 싶다.
잘은 모르지만,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카운셀링할 때 이게 치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환자의 내면에 있는 고민을 끄집어 내고 치유시켜주는 것이 최고라고 알고 있다.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는 권위적으로 보이고, 환자는 자신에게 심각한, 그러면서도 밝히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어렵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너무나 괴짜이다. 의사같지도 않고 하는 짓도 애같아서, 환자들은 `뭐야~ 돌팔이 아냐?` 라고 일단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다 왠지 이상하게 끌리는 분위기 - 환자의 문제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서 약간 기분 나빠지는 - 에 그 환자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결국은 치유된다.
우리는 너무나 완벽, 이성적인 모습으로 사회 생활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는 일과 감정을 배재하면서,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많은 압박으로 다가와서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