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그리스인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나서..
이 세상의 모진 부분을 모두 겪으며 살아온,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직접적인 표출이나 계산하지 않고 행해지는 행동 따위에 대한 콤플렉스는 아마도 방구석에 처박혀 책만 읽는 소위 책상물림에게 언제나 있어온 것이다. 가뜩이나 물정 모르는 책벌레라는 핀잔을 받아온 주인공의 눈에 비친 조르바란 인물은 아무래도 조금은 과장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군다나 조르바란 인물이 실제 인물이라니. 나는 한 특정인을 격의 없이 존경할 수 있는 카잔차키스의 성품에 놀라울 뿐이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존경하는 대상이란 관념이나 이미지를 통한 추상적 존재가 태반일테고, 설사 같은 세계를 사는 현실인이라 할지라도 존경의 대상은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 존재하게 되어있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내 바로 옆의 생생한 인물들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을지언정, 존경하기는 힘들다. 존경은…(생략)

인 조르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편협함은 그 매력을 온전히 만끽하도록 놔두질 않는다. 책상물림인 주인공이 조르바를 통해 깨닫는 바는 책상물림의 방식에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조르바의 두목으로서 피고용인에게 적당한 아량을 베품으로써(조르바의 가치를 알아보았다는 의미에서) 굳건하게 유지해왔던 책상물림의 생애를 뿌리째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적당한 우월감을 획득하고 있어보인다. 그래서 조르바는 위험인물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에서 아주 건전한 위험인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르겠다. 이토록 매력적인 조르바가 내게는 너무나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카잔차키스가 이 책의 독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은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했다. 조르바 이 녀석, 참 멋진 녀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