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책읽기를 싫어하는 나에게 박경리의 소설은 그리 재밌지만은 않은 소설이었다. 고등학교를 올라올 때 과제 중에 박경리의 토지를 읽는 것이 숙제였다. 그 때에도 힘들게 토지의 첫 장을 넘기고 나서야 2권, 3권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이번에도 국어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로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역시 처음부터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토지처럼 제목이 익숙한 소설도 아니었고, 책도 무척 두꺼워서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먼저 이 소설을 읽은 내 짝이 정말 재밌다면서 빨리 읽어보라고 추천한 날, 드디어 집에 돌아와 첫 장을 펼쳐보았다. 군데군데 보이는 한자들 때문에 이 소설의 흥미를 처음부터 느끼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일게 강점기 시대의 한 부유층 가정의 비극적이고 처참한 삶을 느끼고,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김약국네 집의…(생략)

그의 남편에게 도끼로 머슴과 용란의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게 되고 용란은 실성하게 된다.
넷째 용옥은 자신에게 마음을 안주는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지만 집안일과 가세가 기울어 가는 친정 일을 돌보는 며느리이자, 딸이다. 이런 용옥에게 시아버지는 몹쓸 짓을 하려했고, 그날 밤 남편이 있는 부산으로 갔지만 길이 엇갈려 다시 돌아가려고 탔던 배가 침몰하여 어린아이와 함께 깊은 바다 속으로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용혜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실성한 용란과 쇠약해진 김약국을 돌보며 지낸다.
김약국의 다섯 딸은 모두 하나같이 아픔을 겪어야 하는 삶이 불쌍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비극적으로 소설을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삶을 보면서 내가 느낀다는 스트레스, 화, 고통 이런 것들은 견딜만 한 것이라는 것에서 한 숨 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애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나는 박경리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설에서 나오는 그 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시골스러운 사투리나 그 시대의 현실을 잘 나타내주는 사건이 책의 흥미를 살려주는 것 같아서 좋다. 또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꽤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데에서 오는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는 데에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약국의 딸들을 읽으면서 한 가정의 비극적인 삶에서 받는 위안 뿐 아니라 오래오래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한 책을 나이가 먹을 때마다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계속 받듯이 이번에 읽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도 생각날 때마나,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고 힘들 때마다 읽고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