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를 읽고 끝없는이야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끝없는 이야기는 어릴 적 강아지 같은 얼굴의 아주 큰 동물이 주인공을 타고 날았던 장면 하나만 기억난다. 재미있었던 내용 같았는데, 그 한 장면만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아주 오래 전에 본 모양이다. 끝없는 이야기는 매우 방대하다. 끝없는 이야기는 매우 자유로우며, 동시에 무질서하며 모순덩어리이야기다. 있음과 없음이 함께 공존하고 추함과 아름다움이 같으며, 악과 선이 공존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도서관에 책빌리러 갔다가 빨간색 표지에 제목도 잘 보이지 않는 책이 있어서 `저런 책 빌려갔다가 읽지도 않고 가져오지..` 생각했었다. 그래도 하드커버에 대한 나의 알 수 없는 애정은 또 발현되어서 나도 모르게 집어들고 말았는데, 그것이 바로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심봤다` ...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라는 남자아이다. 이 아이는 친구들에게 쫓기다 물에 흠…(생략)

가져오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끝없는 이야기`는 책 자체의 부담이 무척 크다. 빨간색 표지의 하드커버에 페이지 수는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고, 동화이지만 삽화는 알파벳 순서대로 26개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책읽는데 부쩍 게을러진 나도 이틀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은 바스티안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를 책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관찰자`로서의 독자가 아니라 책을 읽는 `나`도 이 끝없는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모모`에서도 볼 수 있는 미하엘 엔데의 철학, 마치 꼬리를 서로 물고 있는 두 마리의 뱀처럼, 시작한 데로 다시 돌아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있는 곳에서 다시 시작이 있다`를 엿볼 수 있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존재하는지 존재하는 것에 이름을 붙인 것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의미가 생긴다`라는 `nothing`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름뿐이라는 미하엘 엔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