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문화유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내가 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처음 본 것은 바로 중학교 교과서에서였다. 교과서에는 답사기의 맨 첫 번째로 나온 `남도답사 일번지`밖에는 나오지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설마 세 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고 나서야 왜 세 권에 걸쳐 쓰여졌는지 이해가 갔다. 아니, 어찌 생각해 보면 단 세 권만으로는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책을 쓰신 유홍준 선생님께서는 진심으로 우리 나라의 문화유산과 역사를 사랑하시는 분 같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유물에 관한 역사, 전설 등까지도 상세히 적혀 있으며, 여러 가지 비평과 유홍준 선생님의 솔직한 감상과 함께 가끔씩 재미를 대화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읽는 사람에게 우리 나라의 문화를 아는 기쁨과 재미를 준다…(생략)

서 중년여인은 전화로써 이렇게 물었다.
"다름아니라 우리 문화가 고유한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그것이 혹 국수적인 자기고집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일어나서 여쭙고 싶습니다. 저는 남편 따라 외국 여행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우리 나라엔 마야의 제단 같은 것도 없고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콜로세움, 중국의 자금성, 인도의 타지마할 같은 세계적인 유물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어요. 이 점을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어요."
이 질문은 나도 오랫동안 느껴오던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외국의 화려한, 혹은 거대한 유물들과 비교해보면 우리 나라의 유물들은 너무나 초라하고, 작다는 생각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질문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과연 유홍준 선생님이 어떻게 대답하실지 매우 궁금했다. 그러나 한 페이지를 넘긴 후, 난 정말로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를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의 대답은 바로 이거였다.
"예, 맞습니다. 우리에겐 피라미드도 타지마할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 없는 나라가 왜 우리 나라뿐인가요? 일본에 있습니까, 프랑스에 있습니까? 마야의 제단은 마야제국 이외의 나라엔 없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세계에서 제일 가는 유물만 골라서 우리와 비교하며 스스로 비참에 빠집니까? 그런 불공평한 비교가 어디 있으며 그렇게 비교해서 견딜 수 있는 나라와 민족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로 내 어리석은 마음을 때리는 대답이었다. 난 지금까지 우리 나라와 세계 모든 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물들만 골라서 비교한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멍청한 비교를 하고, 또 내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한 채 스스로 나라의 유물들을 초라하게 생각했다니…….
유홍준 선생님은 위의 대답과 덧붙여 우리 나라 문화유산의 자랑거리로 석굴암을 설명해 주셨다. 바로 이 대화 뒤에 나오는 석굴암에 대한 설명은 석굴암이 정말 그 어떤 유물보다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유홍준 선생님은 이 석굴암의 경이로움은 말할 수 없으며 다만 한마디만 덧붙일 수 있다고 하였는데, 바로 "보지 않은 자는 보지 않았기에 말할 수 없고, 본 자는 보았기에 말할 수 없다." 라는 한마디였다. 나 또한 몇 년 전에 석굴암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간 날은 하늘이 흐린 날이라서 밝은 기분으로 구경할 수도 없었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 유리 밖에서 간신히 보고 몇 분만에 석굴암을 나가버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에게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어 석굴암이 감추고 있는 종교적 예술성을 보지 못하였고 석굴암의 치밀한 과학적 구조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만약 한번 더 석굴암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하게 보아야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석굴암에 간다면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석굴암 속의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된 보일러를 보는 것이다. 이 책의 2권에서 유홍준 선생님은 석굴암의 자랑 뿐 아니라 그것의 관리에 대한 비판까지도 보여줬는데, 정말 내가 봐도 너무나 한심했다.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화유산을 그것도 우리 나라 사람이 이렇게 무관심하게 방치할 수 있었을까. 물론 나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과연 돌로 만든 석굴암을 그 옛날 일제가 남긴 보일러를 틀어서 매번 생기는 이끼를 제거할 정도라니……. 하지만 석굴암의 모욕은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분노가 일어난 곳은 바로 일본이 석굴암을 보수한다고 석굴암을 완전히 분해해 버린 곳이다.(제2권 176페이지) 일본인들은 석실을 아주 분해한 다음 콘크리트 벽을 바르고 철근 콘크리트로 덮기로 하였다. 하지만, 석굴이란 것은 말 그대로 돌로 된 동굴이다. 그런 석굴을 콘크리트로 다시 바른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물론 나는 석굴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콘크리트로 석굴을 덮는 짓은 옳지 않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유홍준 선생님은 이 공사를 비극적인 대수술이라고 썼지만 난 비극적인 굴욕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또한 일본인들은 공사 과정에서 석굴 뒤 쪽 암반에서 두 개의 샘물을 발견하였는데, 그 샘물은 사실 석굴의 보존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다. 일본인들은 샘물 때문에 석굴에 습기가 찰 것이라 생각해 그 샘을 파이프를 연결해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왜 지혜로운 신라인들이 하필 샘이 나는 곳에 석굴암을 지었는지 감히 생각치도 못했다. 만약에 그 석굴의 샘이 석굴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 석굴암이 이 오랜 기간동안 온전히 보전되었는지는 왜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사실 그것은 이태녕 박사가 밝힌 대로 신라인들은 샘이 암반의 온도를 섭씨 4～10도로 유지해 줘서 석굴이 보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현명하신 조상님들이시다. 그러나 어리석은 일본인들은 우리 조상님들의 슬기도 모르고 보수공사를 한다면서 오히려 석굴암을 망가뜨려 버렸다. 정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걸 느꼈다. 우선은 우리 나라의 많은 훌륭한 유산과 그에 관련된 전설과 역사를 배웠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내가 너무나도 서양의 문화에만 관심을 보이고 정작 우리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었음을 느꼈다. 난 지금까지 외국에 비해 우리 나라의 문화가 너무나 초라하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번 기회로 우리 나라도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좋은 나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도 우리 나라를 더욱 사랑하고 아낄 것이다. 끝으로 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써서 나를 깨우쳐 주신 유홍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