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를 읽고

난중일기를 읽고
임진왜란은 한민족 반만년의 역사상 최대의 민족적 존폐의 위기로, 1592년 4월 13일 발발했다. 바야흐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은 풍전등화, 난국속 호국영웅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는 시기였다.
이순신. 이 이름 세글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북선이란 세계최초의 철갑선과, 충무공이란 시호와, 난중일기란 세계 유일무이의 전쟁 기록서와 함께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모든 이가 기억하는 호국 영웅에 대한 예우로는 치사하지만 백 원짜리 동전에 인물이 새겨져 있는 그는 사망 후 400여년이 지났지만, 내가 난중일기를 읽으며 느끼기에 그의 혼은 아직 차디찬 백 원짜리 동전의 한 면에 봉인되지 않은 채 난중일기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었다.
내가 난중일기를 읽으며 처음으로 떠올린 생각은 전란의 소용돌이 속 `조선 장군`의 기록으로 충분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단순한 고서란 것이다. 기록이 거의 없는 임진…(생략)

질 듯한 시간표, 지금까지의 전 교과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미칠 듯이 어려운 모의고사. 이 모든 것이 내겐 고난이다. 그리고 난 고난은 당당히 맞이하기도 하지만 회피하여 체념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는 안 돼`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어떠한 고난이 닥쳐와도 당당히 맞섰으며, 그리곤 승리했다. 나는 영웅이 아닌 범인이기에 승리는 장담치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날 중에서는 최소한 고난이 닥쳐와도 당당히 최선을 다해 맞설 것을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선 정정당당, 원리원칙의 승리를 배울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정정당당의 상실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머릿속에 박혀 원리원칙을 따라 일을 처리하면 너도나도 그 사람을 우둔한 사람이라고 은근히 무시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은 개의치 않고 그 일의 해답만을 따진다.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화물연대의 파업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국가의 지상운송을 마비시키고 세계 3위의 항만 부산항을 단숨에 5위로 하락시키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국민은 국가에 이바지해야하며 국가에 해악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원리원칙은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알짤 소용없는 것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간신배들과 그를 시기하는 무리의 모함을 받으면서도 그는 오직 나라는 걱정하는 마음만을 나타내었으며, 잘못된 처분에 대해 억울해 하기보다는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정정당당히 다시 본래의 직위를 회복하고, 나아가 더 높은 직위를 얻었다. 이를 보고 어떠한 것에도 정정당당을 배워야겠지만, 전술한바와 마찬가지로 나는 영웅이 아닌 범인이므로 언제나 정정당당을 지킨다는 다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나라와 민족에 피해가 될만한 정정당당을 어기는 행위는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책을 읽는 도중 내가 느낀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난중일기는 사료 그 이상으로의 인생의 교과서와 나라와 민족에 대한 충성의 교본으로 삼을 만 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난중일기의 진정한 가치는 인생의 비전서이다.
난중일기가 쓰여지던 시기의 임진왜란에 비하면 현재 대한민국 경제 난국은 결코 위기도 아니다. 분명 새롭게 시작될 영웅신화가 분명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새로운 영웅신화의 주역은 과거의 교훈을 받잡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가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 난국의 영웅신화에 이름을 새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가장 값진 교훈을 느끼며 난중일기를 덮었다. 어쩌면, 이번 독후감대회를 목표로 읽었던 난중일기는 내 인생의 지대한 영향을 줄 책일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