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읽고 나서 날개…

날개
저자 : 이상
출판사 : 청목사
이상...이상은 이상한 작가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항상 궁금했다. 어떤 내용을 글로 썼을까...무슨 내용이 길래 사람들이 다 그런 말을 할까..
그래서 이번에 날개를 읽어보았다.
이상의 날개의 내용은 자신의 아내와 같이 사는 일상의 내용이다.
이상..즉, 나는 구조가 흡사 유곽과도 같은 33번지에서 아내와 함께 산다. 이상은 한 벌밖에 없는 옷과 개지 않는 이부자리가 그의 삶의 공간이다. 집에서도 잘 나가지 않는다. 나는 아는 사람이 없지만, 아내에게는 항상 손님이 많다. 손님이 있는 날에는 자신의 방에서 나가지도 못한다. 그리고 아내가 없을 때면 아내의 방에 들어가 돋보기로 불장난을 하고 아내의 화장품 병을 만지며 논다. 그리고 항상 아내는 밖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에게 돈을 준다. 나는 그 돈을 두고. 쓰지 않는다. 나가지 않으니 쓸…(생략)

아마도 이상은 자신을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또 소설 첫머리에서 "나는 그러나 그들의 아무와도 놀지 않는다. 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도 않는다."라는 구절에서 화자인 `나`가 고립되고 소외되어 있는 개인임을 밝혀주기도 한다. 소설의 끝까지 이름 한 번 밝혀지지를 않고 직업도 의욕도 없으며 외부세계와의 연결은 아내가 유일한 끈과 같다. 그는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 많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글을 너무 쉽게 읽으려해서도 안 되었고 또 너무 어렵게 이해해서도 안 되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나에게는 몇번을 읽어도 난해한 소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첫번째 읽을 때에나 두번째 읽을 때에도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을 바로 `나`였다. 나도 주인공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계처럼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며 주는 밥에 주는 옷에 주는 시간표에 오차 없이 실행되어야 하는 나의 삶. 과연 나에게 자아란 무엇인가? 중학교 때부터 도덕시간에 지겹도록 들어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의심해 보고 있는 나에게 묻고 있는 말이다. 다른 사람은 이것이 쓸데없는 고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지금 주인공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이란 이름에 대해서는 참 많이 들어보았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친구가 소개해준 오감도라는 시는 나에게 더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상의 글을 누구에게 들려주려는 보여주려는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로서보다는 화가로서의 재능이 먼저 보여졌다는 것도 나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유로움을 꿈꾸는 사람..그것이 이상이 아닐는지..
항상 말이 적었던 그는 나중에는 정신 분열까지 갔었다. 솔직히 어떻게 보면 이상은 정신병자라고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그의 글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번을 읽고, 두 번을 읽고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몰라도 난 그가 좋다. 이런 내가 이상하게 생각되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