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사람 남도 사람

남도 사람
우리 겨레를 흔히들 ??한??의 민족이라고 한다. 나는 한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마는 우리 민족 고유의 예술들, 특히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울부짖듯 토해내는 소리 속에서 그 ??한??이란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이청춘의 연작소설 ??남도사람??도, 우리 민족 특유의 ??한??이 담긴 소리에 대한 소설이다. 초반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내는 남도소리가 좋아, 혹은 그의 누이를 찾아 남도 지방의 주막들을 돌아다닌다. 그가 어렸을 때, 자신의 친 어미가 소리꾼의붓아비 사이에서 딸을 낳고 죽자, 그는 의붓아비에 대한 원한을 품게 된다. 소리꾼인 의붓아비는 그에게 소리를 시키려 하자, 그는 거부하고, 대신 누이가 소리를 익히게 된다. 북 장단을 맞춰주던 그 사내는 항상 아비를 죽일 살의를 품으나 아비의 소리를 들으면 항시 그 살의가 누그려지기에, 결국 복수를 현실화 시키지 못하고 도망친다. 딸은 계속 소리를 배우나, 그 과정…(생략)

한다.??는 이유에서였건, ??목청도 목청이지만, 좋은 소리를 가꾸자면 소리를 지니는 사람 가슴에다 말 못할 한을 심어 줘야 한다.??는 구실에서였건, ??소리보다 자식년이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하게??하려는 생각에서였건 간에 딸은 아버지에 의해 눈을 멀음으로써 원한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비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함으로써, 그녀는 원한을 한으로 승화시켜, 더 큰 예술의 경지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연작소설들중 마지막 소설인 [다시 태어나는 말]에서처럼, 그 사내도, 일지암에서 차를 마시면서, 용서하는 마을을 갖게 되어 초의 스님의 차 마시는 마음을 보여주게 된다.
삶이 ??한??을 낳고 그 ??한??은 또 다른 삶을 낳는다. 이 두 가지는 수레바퀴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내는 존재인 것 같다. 그 둘 사이의 관계인 ??한풀이??를 진정한 의미로 조명해본 소설이었던 것 같다. 결국 용서하는 마음의 한풀이의 귀결점이라는 것이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 살면서 서로에 대한 원한만 깊어지고 있는 나에게, 진정 필요한 마음은 용서하는 마음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