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냉정과 열정사이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냉정과 열정사이. 읽고 싶어 했던 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나지 않아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독후감 목록에 이 책이 들어가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아오이와 아가타 쥰세이라는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 한 권(Rosso)은 아오이라는 여자의 관점에서 다른 한 권(Blu)은 쥰세이라는 남자의 관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책 두 권을 모두 읽고 나서 아오이를 이해하는 한 편 쥰세이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왜 아오이를 따라갔을까?’라는. 아오이나 쥰세이 모두 서로 사랑했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오이는 사랑했던 기억을 추억으로 남기고 집이 있는 밀라노로 돌아갔다. 그러나 쥰세이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한 편으로 보면 쥰세이가 아오이를 따라간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메미라는 …(생략)

생활을 만족해하며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가끔씩 쥰세이 생각을 한다.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메미와 지내면서 두오모를 올려다보며 메미와 함께 있을 때 메미를 아오이로 착각하며 아오이를 잊지 못한다. 어느 날 다카시는 밀라노에 있는 아오이를 찾아간다. 아오이는 다카시가 찾아옴으로 해서 잊고 있던 쥰세이를 떠올리게 된다. 쥰세이를 억지로 잊어갈 즈음 쥰세이에게서 편지가 온다. 아오이는 그 편지로 인해 잊으려 노력하던 일본에서의 기억을 전부 떠올린다. 그리고 쥰세이에게 전화를 한다. 아오이는 놀라 전화를 끊는다. 그 후 아오이는 다시 전화를 건다. 이것으로 인해서 아오이와 마빈은 헤어진다. 30번째 아오이의 생일. 아오이는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피렌체로 간다. 한편, 쥰세이는 아오이가 기억하지 못하리라고 믿으며 두오모에 오른다. 두오모의 정상에서 아오이와 쥰세이는 10년 만에 재회를 한다. 사흘간 아오이와 쥰세이는 10년간 그리워하던 사랑을 나눈다. 사흘째 되는 날 아오이는 밀라노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역에서 아오이와 쥰세이는 헤어진다. 쥰세이는 아오이를 보낸 뒤 역을 나와 두오모의 쿠폴라를 본다. 그리고는 역을 향해 뒤돌아서 달려 들어가 밀라노로 가는 기차를 탄다. 아오이에게 아무런 시도도 해 보지 않고 돌려보낼 수는 없다면서.
이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이 이야기는 어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사랑이야기를 쓴 거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읽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느 사랑이야기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자의 관점과 남자의 관점, 두 관점으로 나누어서 쓴 하나의 사랑이야기. 그래서 더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아오이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아오이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아오이의 이야기를 읽고 있을 때는 마치 내가 아오이가 된 것처럼 소설에 몰두해서 읽었다. 읽으면서 내가 여자이긴 하지만 모르고 있던 여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쥰세이의 사랑이야기를 읽을 때엔 ‘아,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쥰세이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모르는 남자에 관해서,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남자가 느끼는 감정까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사랑, 이 주제는 영화, 연극, 소설, 노래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는 정말 흔한 주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두 권의 책은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 다루었지만 다른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이야기. 그것은 서로 다른 두 남녀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랑을 바라 본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아오이와 쥰세이의 관점이 아닌 마빈과 메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마빈은 아오이를 진심으로 아낀다. 하지만 아오이는 언제부터인가 쥰세이를 생각하고 결국엔 마빈을 떠난다. 이런 아오이를 마빈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편, 메미는 쥰세이가 아니면 안 될 만큼 쥰세이를 사랑한다. 그러나 쥰세이는 메미와 사랑을 나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미를 아오이로 착각한다. 결국 메미는 이런 쥰세이를 견디지 못해 떠난다. 마빈과 메미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오이와 쥰세이는 상처만 입힌 사람들이 아닐까. 하지만 아오이와 쥰세이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다. 물론 마빈과 메미와의 사랑도 아름다웠다. 다시 읽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