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너도 하늘말나리야

너도 하늘말나리야
- 미르, 소희, 바우 이야기
또다시 새로운 책을 접하면서 또한번 생각한다. 정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들어 책 속 세상의 인물들의 마음이 되어버리니까 나도 주체할 수 없다. 빽빽한 글로 채워진 책을 처음 접하기란 왠만히 게을러서는 쉽지 않지만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하는 내 속마음과 표정을 들켜버리게 할만큼 즐겁게 하는 게 책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이번 책은 별이 하나뿐인 책이지만 내 마음을 너무 슬프게도 즐겁게도 했기 때문에 보기만 하기엔 아까운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조금만 빨리 읽었더라면 어린 시절 나의 철없던 행동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제목은 ‘미르, 소희, 바우 이야기’ 라고 했지만 미르엄마의 이야기도 바우아빠의 이야기도 그리고 다른 달밭 이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미르는 아빠와 …(생략)

인 것이다. 나는 왜 그것을 늦게 야 깨달았을까.. 어릴 적 엄마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 엄마는 남은 밥을 남김없이 먹어치울 만큼 먹보인줄 알았고, 어릴 적 엄마는 절대 울지 않는 무감각의 강인한 사람인 줄 알았고, 어릴 적 엄마는 집에만 있는 존재인줄 알았고, 어릴 적 엄마는 촌스러운 츄리닝에 짧은 파마머리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도 엄마의 마음이 있고 엄마의 생활이 있음을.. 나도 알았다. 엄마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하고 명절 때면 동생 집에 꼭 들려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고 자유가 있는 사람임을 나는 왜 몰랐을까.. 엄마는 꽃이라곤 비싸고 시들어 돈만 버린다고 하셨는데, 내가 어버이날 드린 생화 카네이션은 말라서 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버리지 않으셨더라.. 언니의 투정을 다 받아주느라 나를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으셨다. 어릴 적 나는 그게 불만이었고 왜 나에게는 꾸중도, 충고도 해주지 않는지 그게 슬펐다. 다른 아이들은 내가 부럽다고 했다. 친구 집에 늦게까지 있어도, 용돈을 너무 많이 써버려도,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던 엄마가 왜 그리 미웠던지.. 그때부터 이었을까.. 눈물을 머금고 이를 꽉 물고서 마음에 있던 말들을 다 토해낸다. 왜 나에게는 다른 아이들처럼 꾸중도, 충고도 해주지 않냐고, 왜 걱정해주지 않냐고, 밥은 먹는지 학교는 잘 다니는지 왜 챙겨주지 않냐고 화내며 울었다. 엄마의 무관심에 마음이 병들고 몸이 병들었을 때 엄마와 아빠는 세상 누구보다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챙겨주셨다. 끼니를 챙겨먹지 못하면 야단을 맞고 늦게 일어나더라도 아침은 꼭 챙겨먹게 하셨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고, 나도 예전과는 다르다. 늦은 시간까지 연락하지 않으면 나를 걱정하시고 다른 아이들처럼 ‘너희 엄마는 착해서 괜찮잖아’하는 말들을 할 때면 괜히 심통이 나곤 했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도 그리고 나의 마음도 다른 사람들과 다름이 없음을,, 그게 가장 행복하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나 보다.
엄마의 마음도 아빠의 마음도.. 그리고 소희할머니의 마음도..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 것이며 아이들의 마음도 모두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서로 세대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으면 한다. 속마음을 들킨다는 게 왠지 부끄럽긴 하지만 미르, 소희, 바우는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됐겠지. 패션디자이너도 하고 화가도 되고 나도 앞을 향해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내 꿈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