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이야기를 읽고 논이야기를 읽고

채만식의 논이야기
몇십년전만 해도 우리 나라의 주 생산업은 농업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땅이 무엇보다 귀중했고,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으로써 생계를 유지해 갈 수가 있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한 생원도 이런 시대의 인물이었기에 논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나라`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생각은 너무 지나친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한 생원의 이야기는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기가 빚더미에 몰려서 빚을 갚기 위해 논을 팔면 그걸로 계약은 끝이 난 건데 조선이 독립되고 자신이 일인에게 팔았던 땅을 일인이 놓고 떠난 걸 보고 자신의 논이라고 우기다니.. 오죽하면 ‘한 덕문이 요시까와 에게다 논 팔아먹던 대 났구나’ 란 말까지 생겨났을까. 정말 엉뚱하기 짝이없다.
한 생원이 나라에 대해 그…(생략)

해봤더라면,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한 생원처럼 헤픈 생활을 할 순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생활을 했더라도 어떻게 논까지 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후, 한 생원이 일인들이 쫓겨나면 그 땅은 도로 자신 것이 된다고 호언장담 할 때 나도 마을 사람들처럼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데 8월 15일 정말 우리 나라가 독립을 하고 일인들이 자신들의 땅을 모두 놓고 쫓겨나게 되자 정말 한 생원 말이 맞나 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약간 미심쩍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나 알고 보니 한 생원이 찾으리라고 하던 그 땅은 이미 소유주가 바뀌어 찾을수 없게 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몇 일 후에는 논마저 나라가 관리하게 되어 다시는 찾을수 없게 되버리고 말았다. 한 생원의 뻔뻔스러움에 좀 화가 났던 나였지만 그래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가 땅을 하나도 얻을 수 없게 된걸 보니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얄밉게도, 만세 안 부르길 잘했다고 했을 땐 정말 혀를 내둘렀다. 만일 일인들이 놓고 간 땅이 한 생원에게 주어졌다면 만세를 백 번 아니, 팔이 떨어질 때까지라도 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생원에 대해 줄곧 비판하는 생각만을 했었지만 알고 보면 한 생원 같은 인물을 만들게 한 건 그 혼란했던 시대에 농민들이 알게 모르게 많은 수탈을 당한데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이 일제 시대엔 일인들에게서 그리고, 해방 후엔 나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 것에서 한 생원같은 가난한 소작농들에게 고통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생원처럼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나라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마음은 우리가 절대로 배워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