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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를 읽고나서..
모처럼 만에 추리 소설을 읽었다. 읽게 된 동기는 글쎄, 출판사 이벤트 공지가 큰 몫을 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한 달 전부터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것을 보고 들었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이 책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선 제목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빈치 코드??라는 제목에서 흥미진진한 어떤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평소에 내가 레오나르드 다빈치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는지, 또 코드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 더 늦출 필요가 없었다. 우선은 이 책의 놀라운 파급력이고 또 하나는 꼭 여행을 가고 싶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여행?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진한 행운을 빌어본다. 과연 내가 행운의 당첨을 할 수 있을까요? 함께 빌어주세요.
처음에 제목을 보고 나는 레오나르드 다빈치를 생각했다. 모나리자로 유명…(생략)
를 읽는 동안은 자못 무협소설을 방불케 하는 허구임을 알면서도 그 드라마틱한 사건의 허구를 쫓아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권짜리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읽는 내내 나는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주인공에게 위협을 가하는 예기치 않는 사건들의 연발로 무척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더군나나 ??뇌??는 그 비정한 묘사와 감정의 인체과학적 분석으로 시종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다 읽고 나서 나는 고통의 한숨이 나왔던 것이 기억난다.
새삼스레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나는 1년 전의 ??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대중적 포장이 강해서인지 책이 술술 읽힌다. 그냥 문체가 편하고 사건의 추리를 쫓아가는 맛이 있다. 그만큼 작가가 편하게 서술했다는 뜻도 된다. 1/4분량 정도를 읽다가 나는 그것이 오산(誤算)임을 알았다. 왜 그렇게 숨겨진 코드가 많은 것이냐. 마치 모나리자의 신비의 베일처럼 이 사건 속에는 몇 겹으로 싸고도는, 풀어야 될 암호가 많아서 내 집중력과 기억력에 한계를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신비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장의 갑작스런 죽음. 물론 그 죽음의 살인자가 누구인지는 초반에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독자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아는 상황에서 바닦에 쓰인 렝던이란 이름을 근거로 집요하게 살인자로 모는 파리 경찰관 드뷔 파쉬를 따라다니다가 문득 파쉬를 의심하게 된다. 박물관장의 유일한 혈육 소피 드뷔와 기호학자 렝던의 숨막히는 공조. 파쉬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그 한밤중에 둘은 영국인 성배 연구가 레이경의 도움으로 영국 땅에까지 발을 들여놓는데, 타고난 임기응변의 기교로 무사히 기사들의 교회인 템플 교회 납골당에까지 가서 성배의 자취를 추적하지만 하필이면 그때 레이 경의 집사 레미가 또 권총을 들고 나타날 게 무어란 말이냐.
물론 이 책은 단순히 범죄 조직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의 저자 빅 브라운이 한 때 평범한 교사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내 자신이 현직 교사이기 때문에 나는 현직 교사의 한계 속에 묶인 나 자신을 생각할 때 나는 저자의 이력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현직 교사 출신이 어쩌면 이렇게도 집요하게 시대를 아우르는 종교적인 문제의 코드를 설정하여 이렇게 숨막히게 그려낼 수가 있단 말이냐. 종교의 마법을 하나하나 베일을 벗겨내는 저자의 해박한 사료적 지식과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 그 허구의 능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또 저자가 벗겨낸 종교의 베일은 내게 크나큰 호기심을 준다.
저자의 상상력이 옳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 그렇다. 예수는 인간의 아들이다. 예수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 앞에 현신하여 가르침을 주었다면 예수는 인간의 아들이어야 한다. 그의 생애 33세. 그는 인류 앞에 큰 가르침을 주는 선구자였고, 또 로마인들의 미움을 받아 법정에 선 유대인이어야 한다. 그는 사형을 당하매 고통을 느끼며 죽어간 인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히 인간의 아들이고, 어머니가 있었고,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독교의 불가해(不可解)가 벗겨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후세 사람들의 존경심과 우러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여성을 배제한 신성(神性)을 강요하고 있다.
333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허용하면서 기존의 태양신 숭배의 다산성을 추구한 여성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신성으로만 교회를 포장했다는 가설 또한 거의 실증에 가까운 설득력을 준다. 그런 이유로 1700여년 동안 교회는 자신의 신성을 지키려 온갖 억압을 해 왔고, 진실과 진리를 캐려는 사람들은 시온 파를 만들어 각종의 예술 분야를 통해서 은유로서 진실을 표현해왔다는 사실. 그것이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의 값진 예술품 ??모나리자??속에 코드로 들어 있었고, 화가 다빈치가 평생을 예술적 코드로 숨겨 놓았고, 그것이 2000년 대의 박물관장 소니에르에게 이어지는.
어느날 갑자기 소니에르의 살인 사건을 당해 그 사건 현장에 쓰여 있던 암호가 실마리가 되어 기호학자 랭던과 손녀 소피의 얽히게 된다. 암호를 풀어가는 기막힌 과정이 위태로우면서도 탄복을 자아내게 한다.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파리의 경찰 부장 파슈와 취리이 국제 은행장 베르네, 빌레트 성의 레이 티빙, 경찰의 콜레 부관, 사일래스, 레이 경의 집사 레미, 아롱가로사 주교, 랭던, 소피, 소니에르 등이 사건을 둘러싸고 뒤엉키고 그들의 정체가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사건은 기가 막힌 흥미의 곡예를 보여준다. 교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아롱가로사 주교의 사일래스 사주. 소니에르의 죽음을 부른 사일래스의 살인, 기호학자 랭던을 범인으로 지적하는 DCPJ의 파슈, 추적을 피해서 찾아간 성배 연구자 영국인 레이 티빙 경. 거기까지는 선과 악의 얼굴, 쫓고 쫓기는 자의 관계가 순탄한 것 같으나 갑자기 레이 경의 순한 양 레미가 세 사람을 향해 총을 들이대고 그러다가 범인이 밝혀지는가 싶으면 지금까지 안심하고 바라보았던 복병이 갑자기 나타나 또 범인으로 둔갑하는 그러다보니 독자는 손에 땀을 쥐다가 어처구니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당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대중적인 문체가 주는 편안함과 암호를 풀어가는 지적인 통로, 또 추리소설이 주는 기묘한 사건의 복선과 반전 등을 충분히 맛보았다. 한 마디로 처음에 생소하게 바라보던 ??다빈치 코드??가 왜 전세계 50만 부에 해당하는 판매량과 독자를 얻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결국 기독교의 신성과 르네상스의 인간성을 둘러싼, 그리고 인간 중심의 휴머니티를 더 강하게 추구하는 2000년 대의 소망이 어루러진 성배의 추적. 프롤로그에서 유리탑에서 시작해서 에필로그에서 결국 유리탑으로 끝나는 조화로운 구도가 하나의 완성된 예술품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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