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

독후감 > 감상문
인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hwp   [size : 27 Kbyte]
  47   0   500   2 Page
 
  _%
  등록일 : 2010-08-03

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달려라 아비
-

단편집이라 해도 나는 순서대로 읽는다. 이 책에서 처음 밑줄 친 문장은 이것. `그 나이에도 의심이 적고, 성격이 부드러운 사람들이란 대개 그들을 부드럽게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띄고) 모든 부드러움에는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잔인함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80년생 작가의 눈부신 비상을 처음부터 의심쩍은 눈으로 봤던 탓인지 그녀의 경쾌한 리듬감이 내게 잔인하게 부딪혀왔다. 작가가 써놓은 문장은 행간까지 피부 속속들이 세밀한 주름 하나에도 울림을 주는데, 그 싱싱한 소설들은 왜 곱게 자란 주인집 아이처럼 느껴지는 걸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심 많은 노파와 같던 내 느낌은 소설`집` 안의 단편들을 하나씩 제껴나가면서 죽어나갔다. 스카이콩콩을 타는 운동에 뭐랄까 어떤 `정신`이 있다고 말한 작가의 단언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가볍고 유쾌한 스카이콩콩에 무슨 정신 따위가 있을까 싶은데 실제로 옹근 기운이 부릉거릴 만한 정신이 느껴졌다. 단편들 속에는 하나같이 아비들이 있다. 작가가 아비라고 칭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분명히 아비다. 그러니까 자상한 아빠와 입 무거운 아버지의 전형을 벗어난 중간쯤 되는 지점에 형성된 정체성이다. 그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양의 중압감에 못 이겨 집을 나갔거나, 놀이공원 벤치에 나를 버려두고 홀홀히 사라졌다. 그렇지 않다면 내 곁에 살아 있거나 돌아왔다 해도 아버지라는 무게감은 똘똘 뭉쳐 어디다 버려두고 허술하고 풀죽은 모습으로 앉아 있다. 이런 설정 속에서 아비를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는 어떠한가, 가 이 작가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책임하고 경망스러운데다 초라하기까지 한, 작가의 말을 빌자면 나쁜데다 불쌍하기까지 한 그런 포즈로 앉아 있는 아비를, 작가는 부인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내가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을 고통스럽게 보낼지라도 아비에게 대놓고 말하지 못하며 기껏 텔레비전의 유선을 끊어버리고는 오히려 그 처사가 너무 가…(생략)




달려라아비달려라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