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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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0-05-04

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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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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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서 집을 봐야 하는 날이 많았다. 나는 주섬주섬 밥을 챙겨 먹고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를 하거나 세계 명작 전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기껏해야 애국가가 울려퍼지며 방송국의 오후 편성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몇 시간 동안이었지만, 어린 내게는 온 집안을 가득 메운 거대한 침묵이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버겁게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거대한 침묵 속에서 나직하게 위잉- 하는 진동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커다란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돌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거라고, 그러니 그 진동음은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틀림없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혼자 있을 때에만 나직하면서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진동음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였고, 그러고 있는 동안에는 혼자 있는 것이 하나도 외롭지 않고 심심하지도 않았다.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지구의 자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외로움을 꾹 참아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짓궂은 듯하면서도 사려 깊은 작가 김애란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눈물겹도록 따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애란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가 어린 아이이든, 여자이든, 남자이든 상관없이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에게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없거나, 일상이 없거나, 심지어 자신이 존재한다는 데 대한 확신이 없다. 이렇게 심각한 `결핍`의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핍 그 자체를 인정하고 유쾌하게 전복시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버린다. 표제작 <달려라, 아비>의 주인공이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달아난 아버지에게 분홍색 야광 반바지를 입혀 끝없이 뛰게 만들고, 뜻밖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영원히 달리고 있는 상상 속 아버지에게 선글라스를 씌워 줌으로써 나름의 화해를 시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애란 소설의 주인공들은 철저히 도시적이고 개인적인 삶 속에서 자…(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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