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노래를 읽고 달빛노래

‘달빛노래‘를 읽고
책을 처음 봤을 때, ‘달빛노래’라는 제목에 왠지 모르게 끌렸다. 왠지 모르게 아름다운 이야기 일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읽어 보니 그다지 아름다운 내용이기 보다는 한 부족의 슬픔을 다룬 약간은 비극적인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는 지금의 화려한 미국의 모습에 묻혀 세계인들에게서 잊혀져가는 ‘인디언’들의 참혹한 비극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옛날 미국 애리조나 북동쪽에는 나바호 인디언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그 중 주된 배경이 되는 곳은 ‘샤이계곡’이라는 곳이다. 아름다운 들판과, 맑은 계곡이 흐르는 평화롭고 아름답던 이 마을에 어느날 ‘기다란 칼’을 찬 군인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마을 어른들과 머라고 말을 하더니 이내 돌아간다. 주인공 ‘밝은 아침’은 그러한 나바호족의 비극과 미군들의 참혹함을 담담하게 잘 그려 주고 있다. 여자들이 양떼를 모는 나바호족의 일상과, 스페인 노예꾼들의 만…(생략)

성공시켜 나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을 뽑으라면 네하나의 탈출기와 사람들의 이름이다. 아슬아슬한 네하나의 탈출과정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고, 사람들의 특이한 이름들도 역시 참 강한 인상을 준다. 무언가 어색하지만 자연적이고, 아름다운 듯한 이름들이 참 독특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탈출한 그녀에게 또 다른 슬픔이 찾아온다. 바로 ‘커다란 청년’이 불구가 된 것이다. 그는 밝은 아침이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스페인 남자의 총에 맞아 오른쪽 팔을 영영 못쓰게 되고 말았다. 싸움을 좋아했던 그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는 죄책감에 밝은 아침도 괴로워했다. 나 역시 그가 안타까웠다. 만약 그가 오른쪽 팔이 불구가 되지 않았더라면 나바호 족은 그렇게 쉽게 미군들에게 끌려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커다란 청년이 그렇게 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은 아침은 성인식을 치르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나바호 족의 성인식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성인식을 ‘킨나들다’라고 부른다. 총 나흘 동안 진행이 되고, 성인식을 치르는 여자는 가장 좋은 옷과 장식품을 입는다. 옥수수가루가 많이 필요한 데 그 옥수수가루는 본인이 직접 곱게 갈아야 한다. 또 마을 사람들이 시키는 온갖 심부름을 다 해야 한다. 그것은 순종 할 줄 알고, 달리기를 잘하는 여자로 만들기 위한 훈련이었다. 또 잠은 최대한 조금 자야 하고, 가려운 곳도 긁을 수 없었고, 달고 소금기가 도는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물도 최대한 조금 마셔야 했다. 그것은 다 날씬한 몸을 가꾸기 위해서였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남자 친척들이 하루 종일 움막 앞에 불을 피운다. 저녁이 되어 불길이 사그라들면 여자 친척들이 옥수수 껍질을 수북하게 깔고, 옥수수 반죽을 많이 부은 다음 다시 옥수수 껍질로 덥고 빵을 찐다. 그리고 그 옥수수 빵을 먹으며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행해 진다고 한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머리를 감고 해가 솟아 오를 때 동쪽을 향해 달려야 한다. 그리고 그 뒤는 마을 청년들이 쫓아온다. 만약 어떤 청년이 앞지르면 앞지른 만큼 그가 그녀를 때려야 했는데, 그러면 그 청년은 먼저 늙어서 오랫동안 이빨없는 노인으로 살게 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달리기가 끝나면 성인식이 끝난다. 그리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참 독특한 성인식이다. 나흘 씩이나 하고, 또 달리기를 시키고...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부족은 성인식 때 성인이 되는 여인의 머리를 잡아 뽑는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 닥칠 고통들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라고 했다. 실제로 머리를 잡아 뜯기는 여인... 정말 아파보였다. 각 나라 각 부족마다 저마다 특색있는 관습이 있다니.. 성인식이 중요하긴 중요 하나보다.
성인식을 마치고, 강낭콩이 싹트고, 복숭아가 커져갈 무렵, 기다란 칼을 찬 군인들이 나타나 짐을 싸서 나갈 것을 명령한다. 커다란 청년이 그 쪽지를 찢어서 계곡에 버려버리지만, 군인의 협박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그들은 찾아왔다. 나바호 족은 짐을 싸서 높은 산으로 올라간다. 양 떼들을 ‘비밀계곡’에 숨겨두고, 떠난 그들은 백인들이 안 보이는 높은 산에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백인들은 그들의 마을을 불태우고, 온갖 나무들과 곡식들을 베어버리고, 땅을 황폐화 시켜버린다. 정말 참혹한 만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약과에 불과하다.
커다란 청년의 실수로 위치를 들켜버린 그들은 결국 백인들에 의해 끌려간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계속해서 걸어간다. 먹을 것과 미실 것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바호 족 사람들은 하나 둘씩 지쳐가고, 죽어간다. 그렇게 참혹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을 때 커다란 청년은 부족 사람들을 위해 뗄감을 가져다주고 힘든 일을 해 주는 등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의로운 일을 많이 한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던 밝은 아침의 부모님은 그와 밝은 아침을 결혼시키기로 한다.
결국 그들은 결혼을 하고, 밝은 아침은 아이를 갖게 된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참혹한 현장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는 고향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 푸른 물과 들판이 펼쳐진 아름다운 고향에서 낳고 싶어 했다. 솔직히 그건 당연한 일이다. 어느 부모가 자기 아이를 좋지 않은 환경에서 낳고 싶어 하겠는가. 결국 그들은 탈출에 성공 한다. 고향으로 가는 도중 한적한 개울가에서 아들을 얻게 된다. 그리고 결국 고향으로 간다. 고향에서 아들과 몇 마리의 양떼들과 남편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났다. 평화롭게 잘 살던 나바호족을 그렇게 만든 백인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얄밉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끌려가는 그들을 보며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모두가 소중한 하나하나의 인격체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생명체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인디언들은 원래 미국 땅에 살던 토착민들 인데 감히 자기들이 손님인 주제에 주인을 내 쫓는 다는 것은 무언가 모순된 일인 것 같다. 최근에도 이라크전쟁을 일으키고 각종 학살과 만행을 일삼는 등 철저히 인간의 존엄성을 우시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미국....
겉으로는 아름다운 나라, 민주주의 국가 라고 내세우는 이들이 언제까지 위선적인 행동을 할지....
미국은 하루빨리 인디언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고, 그들의 편안한 삶과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달빛 노래’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세히 몰랐던 인디언들의 피해와 그들의 생활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돈이 생기고 기회가 된다면 인디언들이 산다는 그 마을에 한 번 가보고 싶다. 굉장히 색다르고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