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천국3

?이 소설은 나환자들의 가슴 아픈 상처들로 얼룩져 천국의 면모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소록도에 조백헌이라는 사람이 새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조원장은 소록도를 자신의 노력과, 나환자들의 땀 한방울 한방울이 합해진 진정한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고자 한다. 처음 조원장이 부임했을때에는 모두들 병원 원장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는 나환자들이지만 조원장이 축구팀을 만들고 축구경기를 열면서 꼭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이 되었던 것처럼 나환자들도 모두 한마음이 되어 열광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조원장이 간척사업을 하여 나환자들의 손으로 직접 땅을 일구자는 끊임없는 설득으로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들 대단한 열정으로 공사가 진행되어 가지만, 결과물 없는 공사는 역시 나환자들을 나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로부터 갈등이 빚어지고 공사에도 차질을 빚게 하는 여…(생략)

착각을 했던 것이었다.
?소록도에서 나환자인 윤해원과 건강인 서미연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 그 연습을 하는 모습을 끝으로, 이 소설은 막을 내리게 된다.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이 소설은 정말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사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조백헌 원장이 그리도 무단히 노력을 하는데 왜 나환자들은 꼭꼭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을까. 왜 자꾸만 자신들이 채워둔 족쇄에서 풀려나지 못하는 것일까. 진정 나환자들의 천국은 없는 것일까. 하는 끊임없는 의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나도 조백헌 원장과 똑같이 큰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또한 나도 나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환자들이 끊임없이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비틀어지는 것을 탓하여서는 안된다. 조백헌 원장이나 1주일간 그 소설에 빠져 살았던 나도 나환자들의 상처를, 나환자들의 마음 깊은곳에 패인 그 흉터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천국에서 살 수 있는 길은 마음의 그 흉터가 어루만져지고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가 어떤 상처인지 어떤 흉터인지 알지 못하고 약을 쓴다면 오히려 커다란 해가 되는 법. 무작정 나서기 전에 나환자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지 충분이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조원장을 나무랄수도 없다. 나도 또한 한사람의 이기적인 인간이고 쉽게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일반인인 것을...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우친 점은 천국이란, 외형상으로 이루어낸다고 그것이 천국이 아니며, 마음의 천국을 이루는 것이 참된 천국을 건설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 작품의 결말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 독자들을 위해서.
?나는 이 소설의 끝무렵에서 적잖게 실망을 하기도 했다. 훗날 이야기를 실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훗날 그 소록도에서 진정한 천국이 건설되었는지, 사람들의 생활은 어떻게 되었는지 낱낱이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독자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겠지. 독자들은 늘 구체적이고 상세한 결말을 알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소망일 뿐이다. 정작 결말이 우리앞에 놓여지면 늘 그 결말에 한정지어져 더 이상의 상상의 나래를 펼수 없다. 나역시 그 독자들중 한 사람이고, 처음엔 훗날의 소록도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실망을 했지만 결국 내 멋대로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내 마음속에 소록도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 그것이 작가가 바라던 결말 이었을 것이다.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개개인의 생각대로 소록도의 참 모습이 그려지는 것. 나는 분명 소록도의 나환자들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일반인과 나환자라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만큼 모든 사람들과 화합되어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소록도는 한없이 평화롭게 느껴졌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 섬자체도 사라지고 나환자들과 일반인들이 섞여 살고 있을지도...
내 마음속에 그런 아름다운 섬을 심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이젠 나도 나환자들의 삐뚤어지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일반인’이 아니라 꼭 소록도의 한 마을 한 이웃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