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데미안

『데미안』을 읽고
내 방 책장에 오래 전부터 꽂혀있던 책이 하나 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내게 매우 친밀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난 그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책이 나를 불렀다. 고요하면서도 온 몸을 울리는 그 부름……『데미안』……
‘인간이란 누구나 유일한 그 자신일 뿐 아니라, 또한 오직 단 한 번의 아주 특별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는 단 한 번뿐이며 결코 되풀이되지 않는 유일하고도 경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며, 모든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한 누구나 경이로운 존재이며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생활은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하나의 길이고,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어떤 길로의 암시이다.’
―『데미안』머리말―
솔직히 말해서 난 헤세가 …(생략)

를 설정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어른들 중에 자아를 발견하고 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확립하여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난 인터넷에서 ‘자아’에 대한 철학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여러 작용의 주관자로서 이 여러 작용에 수반하고, 또한 이를 통일하는 주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내 자신의 내부에 충분히 깃들고, 나의 전 존재가 그것으로 가득 차 있을 때에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고 강하게 바랄 수도 있다.’ 『데미안』

난 헤세가 말한 것처럼 어떠한 생각이 자신의 내부에 가득 채워져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마저도 소원해야만 진정한 ‘주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부에 어떠한 것을 채우는 일은 분명 큰 수련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찾지 못한 채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인생을 살아간다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자아를 찾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아 정체성이 청소년기에 저절로 획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아를 발견하는 데에는 싱클레어처럼 수많은 고독의 날들이 필요하다.
자아를 꼭 발견해야만 하는가?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여러 작용의 주관자이기 때문에 그를 한번 찾아내면 자신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알게 되고, 그를 조종하는 방법까지 알게 되면 자신이 바라는 것을 현실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두의 이상이자 목표인 자신의 꿈을 이루기는 더욱더 쉬워지게 될 것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데미안』본문-

헤세는 『데미안』에서 ‘자아를 발견 한다’라는 말을 ‘새롭게 태어난다’라고 표현하였다. 난 이 말에 동의한다. 자아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간다고 하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에게 이끌려 자신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 지를 망각한 채 생을 산다면 그 것은 그 사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아를 발견하게 되면 나를 배우게 되고 자아를 발견하기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은 새 생명을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역할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은 우리의 기본 틀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다. 그들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 영향이 자칫하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사는데 해를 끼칠 수 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영향으로 자신이 바라지도 않던 길을 택하여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우리들이 집을 가는 데 있어 최단 거리의 길을 제시해 주시는 분들이지 친구의 집이나 가까운 소방서로 인도하시는 분들이 아니다.
헤세는『데미안』을 통해 자아를 찾아나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그는 자기 자신의 예를 들어 자세하지만 정확하게 가르쳐준 것이다.
그는 크로머와 싱클레어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모든 사슬들을 끊어버리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슬들은 우리를 구속시킨다. 우리의 발을 묶어 걷지 못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과 같이 더 큰 세계를 향한 자신의 퍼덕임을 방해하는 껍질 안의 세계를 과감히 파괴하라고 말한다.
새는 이제 신을 향해,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날아가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새는 독수리일 수도 참새일 수도, 갈매기일 수도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듯이 각각 자신에 알맞은 비행 방법을 구현시켜야 할 것이다. ‘만약 나는데 어려움이 있는가? 그럼 온몸으로 그것을 소원해라’라고 헤세는 말한다. 싱클레어가 에바 부인을 온몸으로 불렀을 때 에바 부인이 그것을 느끼고 데미안을 보낸 것처럼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던 수탉도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다.
내가 앞에서 말한 것 중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선과 악을 놓고 고민하는 것이 타당한 가’라는 질문이었다. 만약 선행이 항상 옳다면 꼭 우리는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할까? 선행이 항상 정당하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선행을 행하기 전에 주저할까? 객관적으로 볼 때 이 질문은 우리 인간이 절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아무리 철학적인 지식이 풍부한 인간이라 하더라도……그렇기 때문에 난 이 질문을 남기고 싶다.

‘옛날에 나는 한 인간이 이상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왜 드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
-『데미안』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