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을 읽고 감상문 여름방학 독일어 과제

<여름방학 독일어 과제 - 데미안 독후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였던 것 같다. 이 구절을 어느 책에선가 인용한 것을 보게 된 것은. 무슨 뜻인지 잘은 몰라도 왠지 모를 의미심장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보고 부모님께 이게 무슨 뜻인가하고 여쭤보았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선 자세한 설명 대신,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나오는 구절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며, 그 책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셨고 나는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 그 책을 읽게 되었다.
<데미안>이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쓰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비록 이 책을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고, 또 이번 여름방학 때 한번 더 읽었지만 아직까지도 난 이 책에서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느끼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데미안…(생략)

끼고, 악의 세계의 상징인 크로머를 뒤따르게 되었을 것이다.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받으며, 악의 세계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고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부모들과 더더욱 단절되어 사는 모습이 불현 듯 떠올랐다.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은 부모란 가해자들 보다도 더 멀고, 대화하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싱클레어 또한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 다음으로 감명적이었던 구절은 마지막 부분에서 데미안에 대사였다. 사람은 사람마다 소임이 있는 것이라고. 또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이젠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꿈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쫓아 나가라고. 대중들은 대중들이 걸어야 할 길이 있고 카인의 표식을 가진 자들은 또 그들만의 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분명 그것은 어떻게 보면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과도 비슷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사람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지식과 견문, 생각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데미안??을 지었던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소설 속의 싱클레어와 같이 계속 고뇌하고 나 자신을 발전시켜 언젠가 나의 꿈에 근접한 때가 되면 이 책을 지었던 그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꿈을 갈망하며 다가갈 동안 나는 이 책을 계속해서 읽어 나가겠다. 20대가 되건, 30대가 되건, 언젠가 이 책의 저자 헤르만 헤세의 생각과 완전히 공감하게 될 날이 올 때까지 말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도저히 독후감을 쓸 수 없을 만큼 내 수준보다는 어려운 책이었는데, 그 이후 20대에 두 번 정도 더 읽고, 이번에 내가 처음으로 읽을 작품으로 데미안을 선택한 것을 보면 그때에도 나는 꽤 헤세의 작품세계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헤르만 헤세는 선교사인 아버지와 외조부가 선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기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랐으면서도 자신의 내부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내가 헤세 작품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일찍부터 불교 사상에 젖은 내가 갖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관점과 서양 문화에 바탕을 둔 헤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비슷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헤세가 42세때 출판한 자전적 소설로, `나`라고 표현되는 싱클레어가 자기가 속해있는 맑고 깨끗한 세계와 또 다른 반쪽의 어두운 세계, 이 두개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서의 대립을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통해서 자기자신의 본성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가 이 작품을 20대에 읽었을 때에는 오로지 자기자신의 내면세계를 보고자하는 싱클레어의 노력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30대 이제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입장에서 읽으니 우리가 속한 환경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작품에서 싱클레어는 소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부모님께 자신의 내면세계의 갈등에 관해서는 의논한 적이 없는데, 내가 10대였을 때 나 또한 여러 가지 나 자신의 본질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부모님이나 형제에게 내 궁극적인 고민을 털어 놓거나 의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 자녀가 10대가 지나고 20대가 되었을 때 그들 또한 나에게 그런 방황이나 고민에 대해 의논하기는 힘들 것이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이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넘기게 된다.

헤세가 말한 이마에 있는 카인의 표지는 아마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은 서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을 말한 것은 아닐까?
나는 나와 비슷한 색깔을 가진 사람을 잘 알아보는 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표정에서, 몇 마디 주고받는 말속에서, 아니면 차림새에서 나와 같은 색깔의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같은 색깔과 헤세가 말하고자 한 이마의 표지는 같은 의미는 아닐까?

같은 색깔을 지닌 사람에게 내 내면세계에 관한 고민을 말하기는 쉬울 것이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에게 그랬듯이….

싱클레어가 자신의 영혼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아마 데미안의 다음과 같은 메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새의 세계이다.

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 한다."

여기서 헤세는 아프락사스는 신인 동시에 악마, 신성과 악마성이 결합된 것 같은 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헤세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데는 얼마나 큰 희생과 어려움이 있을까?

기존의 종교와 관습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야 만이 또 하나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이고, 모두를 죽여야 자기의 본성을 볼 수 있다는 내용과 상통하는 의미인 것 같다. 헤세가 말하는 아프락사스는 내가 이해하는 선과 악의 세계를 뛰어넘은 인간의 궁극적 본성인 자성(自性)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헤세는 이 작품에서 위의 내용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싱클레어는 결국에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헤세 자신은 과연 자신이 속한 세계를 파괴하고 하나의 세계를 볼 수 있었을까?